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트위터가 지난 주말 네티즌들의 '핫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토요일 오후 나경원 후보의 트위터 계정(@Nakw)으로 다음과 같은 트윗이 잇따라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자, 어떻게 보이시나요?
트위터 사용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어, 뭔가 좀 이상한데?' 하는 의문부터 '이게 뭐야!'하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드실 겁니다. 해당 트윗들은 나 후보 홈페이지에 접속한 네티즌들의 '응원 메시지'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걸 나 후보 본인이 직접 쓴 것처럼 올렸으니, '자기가 다른 사람인 양 말투를 바꿔가면서 자기를 칭찬하는' 민망한 상황이 된 겁니다.
네티즌들은 이 트윗들을 놓고 나 후보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된 것 아니냐는 의혹부터, 담당자가 뭔가 실수를 한 것이라는 추정까지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고, 다소 듣기 거북한 별명까지 나오면서 문제가 커지자 나 후보 측은 해당 트윗을 모두 삭제하고 어제 다음과 같은 해명을 트위터를 통해 게시했습니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 공직자 후보의 공식 선거운동 홈페이지는 다양하고 방대한 콘텐츠로 꾸려지게 마련입니다. 나 후보의 공식 선거운동 홈페이지도 마찬가진데요, 살펴보니 예전에 유행하던 '게시판' 대신 요즘 언론사 등에서 두루 쓰고 있는 이른바 '소셜 댓글'이 설치돼 있더군요.
상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나 후보 측은 아마도 이 소셜 댓글에 달리는 네티즌들의 반응 가운데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일부를 선정해 나 후보 본인의 트위터 계정으로 연동해 공개하도록 설정해 놓은 것 같습니다. 나 후보 측의 해명에서 언급된 '계정연동 오류'라는 것은 아마 이 부분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만, 나 후보가 아닌 '선거 캠프'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 군색한 변명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물론 홈페이지부터 SNS까지 유세활동에 바쁜 후보 본인이 스스로 관리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대개 선거운동을 할 때에는 수 명에서 수십 명으로 구성된 담당팀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개인 이름으로 등록된 SNS 계정을 '관리자가 알아서 하라'고 두는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분들께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제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저희 뉴스 트위터 계정(@SBS8news)을 운영하는 담당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공식 계정의 담당자로서 최대한 중립적이고 건조한 문체로 뉴스트윗을 작성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 이름으로 가입한 트윗 계정(@venia76)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계정으로는 제 마음대로 트윗을 날립니다.
그런데, 제가 @SBS8news 계정으로 보내야 할 건조하고 딱딱한 뉴스트윗을 @venia76 계정으로 보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맘씨 좋은 제 트윗 팔로워 분들은 아마 이해해 주실 겁니다만, 그 상황이 '정상적'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트위터같은 SNS는 '계정은 곧 그 사람'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계정이 '이름'으로 돼 있다면, 설사 그 사람이 아무리 유명하고, 권력이 있고, 돈이 많아도 트위터에서는 한 명의 트위터 사용자입니다. 트위터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런 '보편·평등의 가치'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트위터가 성장하면서 기업과 언론, 각종 단체의 공식 트위터 계정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사람의 이름으로 된 트윗은 그 사람이 작성한다는 원칙은 아직도 확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moonsoonc)는 선거에서 트위터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선거 이후 '진정한 승자는 트위터'라는 분석이 줄을 잇기도 했지만,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당시 최문순 후보의 트윗이 '본인이 쓰지 않았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진정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트위터(@steelroot)도 마찬가지입니다. 야권만 예로 들었다고요?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JaeOhYi)의 트위터도 본인이 직접 쓰는 것 같습니다.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는 특유의 '고집'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지난 주말 인터넷을 뒤흔들었던 '대리 트윗 논란'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나 후보가 선거 사무소 공식 계정을 따로 만들고, 그 계정으로 위의 댓글들을 추천(리트윗)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선거캠프의 공식 계정이 나 후보 개인 계정만큼의 영향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적어도 선거캠프의 공식 계정이 있었다면 나 후보 '개인'이 쓰고 있다고 '보편적으로 믿어지는' 계정으로 나 후보에 대한 칭찬글을 올리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을 겁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연령별 지지율은 '트위터 친숙도'와 대체로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대다수 젊은 유권자들의 '홈 그라운드'인 SNS를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은, 자화자찬이 아닌 '진정성'입니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하기 위해서, SNS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