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서부의 조그만 마을 우튼 바셋에서는 지난 수년간 한달에 한 두번씩 장엄한 광경이 펼쳐져 왔다.
외국에서 숨진 군인들의 유해가 돌아와 운구 차량을 타고 마을 길을 지나면 동네 사람들은 모두 나와 조국을 위해 숨져간 넋을 기리며 고개를 숙인다.
이러한 의식을 묵묵히 수행해온 이 마을이 16일 영국 왕실로부터 '로열(Royal)' 칭호를 받았다.
이날부터 이 마을의 공식 이름은 '로열 우튼 바셋'이 된다.
영국 왕실이 마을에 로열 칭호를 내린 것은 1909년 이래 처음이다.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비롯해 끊이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전쟁을 치러온 영국에서 군인에 대한 존경심은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전사한 군인에 대한 예우 또한 각별하다.
이 마을은 지난 2007년 4월 인근 공군 기지로 송환된 전사 군인의 유해가 마을 길을 지나는 동안 처음 송환 의식을 진행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특별한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던 일을 멈추고 지나가는 운구행렬에 묵념하고 운구차에 꽃이나 유니언잭을 올려놓는 등 예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장면이 BBC 등을 통해 중계되면서 영국인들의 심금을 울렸고, 그 뒤 이 마을은 유해 송환이 있을 때마다 참전 노병들과 유가족 등이 찾아와 전사자를 맞이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전사자의 유해를 송환하는 운송기의 착륙 장소가 지난달부터 옥스퍼드셔의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로 바뀌면서 지난 8월 31일 마지막 유해 송환 의식이 펼쳐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앤 공주가 16일 낮 이 마을을 직접 찾아와 로열 칭호를 수여하고 주민들을 치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필립 하몬드 신임 국방장관을 비롯해 각지에서 몰려온 참전 노병 등 수천여명이 참석했다.
앤 공주는 "우튼 바셋 마을은 가장 특별한 방법으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나라를 위해 숨져간 군인들에 대한 존엄을 드높인데 대해 여왕과 국가를 대신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과 마을 주민들은 의장대 퍼레이드, 유해 송환 운송기인 C-130 허큘리스와 벌컨 폭격기 등의 비행을 지켜봤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