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재윤 의원실에서 '뮤직비디오 심의 결과'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심의한 결과입니다. 심의 결정이 이뤄진 137건 가운데 132건이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습니다. 96.35%의 비율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노래 가사와 영상의 선정성, 폭력성, 비속어, 유해약물, 유해업소, 자살조장, 심지어 불건전한 교제 조장과 사행심 조장까지...
◆비속어의 기준은?
먼저, 비속어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사례들입니다.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는 두 단어가 문제가 됐습니다.
마이크
싸가지테스트 원투원투...
주둥이만 살아 뻐꾸기만 늘어가...
'싸가지'와 '주둥이'.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싸가지: [명사] [방언] '싹수(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의 방언(강원, 전남).
싸가지없다: 1.버릇없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2.싹수가 없다는 말.
주둥이: [명사] 1.사람의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2.일부 짐승이나 물고기 따위의 머리에서, 뾰족하게 나온 코나 입 주위의 부분.
하나는 방언, 다른 하나는 '속되게 이르는 말'이긴 하지만 염연히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었습니다. 두 단어 모두 우리 문학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었습니다.
가수 '남녀공학'의 "삐리뽐 빼리뽐"이라는 뮤직비디오는 딱 한 부분이 지적됐습니다.
인사부터 할 게 별로 맘에 안 들어도 나로 말할 것 같음 쉬운 남잔 개나 줘버려'싸이'의 "Right Now"
역시 한 대목이 지적사항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웃기고 앉았네 아주 놀고 자빠졌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아주 생쇼를 하네
◆ 이태백 시(詩)도 유해매체물?
지난 8월 여성가족부가 '술'이나 '담배'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가요 음반을 무더기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해 논란이 빚어졌었죠. 뮤직비디오 심의에서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영상이 문제가 없더라도 노랫말에 '술', '담배'가 들어가면 무조건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았다고 보면 됩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리 없이 내게 잔을 내밀던 술에 취한 바텐더와... (
보드카 레인의 "Moment"
)
이제 그만 마실께요 저는 술을 못해요... (
베이지의 "술을 못해요")
술 좀 마셨어 너무 힘들어서 내 마음이 다 묻었다면서..
(J2의 "닮은 여자")
음악이 흐르고 먹지도 못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PS영준의 "하루종일 비가내려")
최근 청소년들의 '비속어·욕설 일상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언어 순화가 필요하다는 데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획일적으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편리한' 심의 절차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재윤 의원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작품에는 대부분 술이 등장한다. 이런 심의 기준이라면 이태백의 작품은 청소년들이 읽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부처간 '들쭉날쭉' 엇박자
영화, 드라마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무적자"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영화 장면을 그대로 사용한 OST 뮤직비디오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즉 19세 이상 등급을 받았습니다.
TV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수 비가 출연했던 드라마 "도망자 Plan.B"와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 "강력반"은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었습니다. 당시 지상파 TV를 통해서 많은 청소년들이 시청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장면을 짜깁기해 만든 OST 뮤직비디오들은 전부 19세 이상 등급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를 합니다. 반면 가요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는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심의를 합니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여성가족부에서 모니터링 요원이 1차로 살펴본 뒤, 문제가 있다 싶은 것들을 청소년호보위원회에 상정하는데, 이 모니터링 요원이 단 한 명 뿐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한 명이 모든 뮤직비디오의 유해성 여부를 1차 심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번 논란이 된 가요 음반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새로운 세부 심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미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재심의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