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다 토모코의 사진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평범해 보입니다. 학창시절의 단체사진.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찍었던 졸업앨범이 생각나는군요.
그런데 자세히 사진을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학생들은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머리 모양이 전부 다르고 미묘하게 표정이 달라 여러사람들인 것 처럼 보입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바로 작가 자신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연기한 겁니다.
작가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타인에게서 자유로운가 하고 말이죠. 학창시절 우리는 친구들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며 살았습니다. 한참이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 생각해 보면 어이없어질 만큼 머리 길이 1센티미터에 흥분하곤 했으니까요.
내 모습이 친구들에게 어색하게 보여지지는 않을까 매일 걱정하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거죠.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어른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 하는 것은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의 종류만 조금 바뀌었을 뿐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겁니다.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동시에 좋게 보여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 모습 속에서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발견해 주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요, 더 나은 모습은 나는 사실 타인의 모습 속에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신을 동화 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도 남을 바라보고 남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여태껏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다른 사람되어보기' 작업은 어떻게 보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남의 눈 속에 내가 있고, 나의 눈속에 남이 있는 일상의 연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남의 눈 속에 내가 있다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 만큼의 내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내가 존재하는 것이죠. 결국 내 자아를 찾아가기 위해 스스로 타인이 되어보는 작업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위해 존재하던 '나'는 타인의 시선을 모두 합쳐 자신에 대한 시선을 하나로 만들어 버립니다. 사진 속에서 복수형의 '나'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이 되었습니다.
끝없는 변신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은 사실 우리가 살면서 끊임없이 해야하는 작업입니다. 우리도 매일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신하면서 스스로를 찾아가고 있으니까요.
취재협조 - 한국국제교류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