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속 군인은 전 미군 해병대 병장 '다코타 마이어(Dakota Meyer)'입니다. 지난 9월 15일 살아있는 해병대 장병으로서는 처음으로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23살 된 미국 젊은이입니다. 마이어 병장이 명예훈장을 받을 당시 미국 언론은 물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마이어 병장과 관련한 기사들이 크게 보도됐습니다. 이 기사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아래 사진 기억나실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이어의 목에 명예훈장을 걸어주는 모습>
당시 훈장을 받을 때 사진 뿐 아니라 아래 사진도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훈장 수여식을 하기 하루 전인 9월 14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마이어 병장이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마이어 병장이 훈장 수여와 관련한 의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군 총사령관'인 오바마 대통령과 맥주를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미국식 소통'이랄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만, 당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이어 병장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를 물었고, 대통령은 30살이 되기 전에 우선 공부부터 하라고 권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이어 병장에게 백악관 참모들이 훈장 수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일을 하던 마이어 병장이 "일에 방해가 된다"며 점심 때까지 전화를 받지 않고 기다리게 한 일화도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주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해야할까요?
마이어 병장이 왜 명예훈장을 받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과거 기사들을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2년 전인 2009년 9월 아프간의 한 계곡 전투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 대원과 아프간 장병 36명의 생명을 구하고, 8명의 적군을 사살했다고 합니다.
<아프간전 참전 당시 마이어 병장의 모습>
마이어 병장과 관련해 새로 들어온 소식은 뜻밖에 아래 사진의 기관과 관련된 뉴스였습니다. 어디일까요?
<뉴욕시 소방대 상징>
바로 '뉴욕시 소방대(FDNY)' 입니다. 마이어 병장이 평소 뉴욕시 소방대원이 돼서 인명구조 활동에 나서고 싶어했는데, 그만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뉴욕시가 4년마다 한번씩 선발하는 신입 소방대원 지원 마감 기한이 지난 9월 19일이었는데, 훈장 수여 이후 여러 기념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쁘게 보내던 마이어 병장이 그만 기한 안에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마이어 병장이 자신에게 부여된 특혜를 거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의 건실하고 겸손한 면모가 또다시 화제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마이어 병장의 변호인은 행사 참석 때문에 지원 기한을 놓쳤다면서, 뉴욕시 당국에 지원 기한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고, 시 당국은 마이어 병장의 사정을 감안해서 마이어 병장 한 사람에 대해서만 하루 동안 지원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4년이나 더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이어 병장은 "자신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이를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마이어 병장이 지원만 했다면 쉽게 소방대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꿈이었던 뉴욕 소방대원이 될 수 있는 특례기회를 "옳지 않다"며 거부해버린 것입니다.
<뉴욕시 소방대원들의 모습(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마이어 병장의 변호사는 "그가 예외적 처우를 받는데 대해 부당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그가 가진 원칙, 가치와 타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5일 마이어 병장은 명예훈장을 받은 뒤에도 "자신은 영웅이 아니고, 훈장의 영광은 2년 전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은 장병들과 전투에 참가한 장병들의몫이며, 자신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이어 병장의 기사를 보면서 제 자신부터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최근 회자되는 '정의'란 이런게 아닌가? 자신의 세운 원칙,가치와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게, 그리고 낮은 자세로 살아가려는 마이어 병장의 모습에서 진정한 영웅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4년, 자신의 꿈인 뉴욕 소방대원이 되기위해 4년을 더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 마이어 병장이 또 어떤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의 소식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