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너무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직전 3거래일 동안 10% 넘게 빠졌던 증시가 27일 하루 만에 5% 넘게 반등했다. 전날(26일)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는 실망감에 개인의 투매가 이어지며 8% 넘게 폭락했던 코스닥은,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유럽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
우리 시가총액은 1천 조 정도. 5%면 무려 50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5% 정도의 상승 하락이 밥먹듯이 반복된다는 것에서 얼마나 우리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른나라보다 우리 시장 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외국인 자금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높고, 자본 유출입이 더 자유롭고, 자국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신흥국부터 자금을 빼나간다는 점에서 일견 당연하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건 기자만이 아니다. 증권시장 관계자들도 "타이완도 우리 못지않게 수출의존도가 높고 외국인 자금이 많지만 우리처럼 유별난 등락을 보이지 않는다"며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 쏠림 현상, 추종 매매, 더 진화된 전산거래 등이 추가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과도한 폭락은 또 급격한 반등을 부르고, 조그만 악재 또는 호재에도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도대체 내일을 모르겠다"는 푸념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8월 이후 코스피의 하루 변동성은 2.7%에 달했다. 우리 금융시장 변동성은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독일,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미국, 영국 등보다도 훨씬 높다.
변동성을 자극하는 주된 주체가 바로 '외국인'이다. 외국인 비중이 높은데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 유럽계 자금이 장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유럽계 헤지펀드가 대량 매도에 나설 때마다 증시가 폭락을 반복한 것만 봐도 얼마나 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외국인 탓만을 할 수도 없다. 개인들의 단타매매는 변동성을 더 키우고 위기를 스스로 증폭시키는 측면이 있다. 소형주 위주, 개인거래 위주인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게 단적인 예다. 정확하게 사실이 확인된 정보가 아님에도 급격히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루만에 상한가를 치기도 하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거론되는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다는 기업들이 이른바 '테마주'로 불리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것만 봐도 그렇다. 또 비정상적으로 커지며 위험 분산의 본래 목적에서 많이 벗어난 선물 옵션시장, 각종 투기성 상품도 문제가 많다.
특히 귀가 얇은 투자자들의 추종매수, 매도를 야기하는 주체별 매도매수 규모를 꼭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시장은 현재 실시간으로 외국인이 얼마 샀는지, 기관은 얼마 팔았는지, 개인은 어떤지 거래 동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정보는 어김없이 추종매매를 낳고, 시장의 변동성을 더 키운다. 실제로 주체별 매수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나라는 소수다. 잘 전산화된 IT 거래시스템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롤러코스터 장세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변동성 장세 투자 전략'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단기간 고수익을 올리는 욕심을 버리고, 안정성 위주로 가는 것이 변동성 큰 장에서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교과서적인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증권사들도 이 정도 변동성이면 거의 예측이 무의미해서 겨우 사후적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수준이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되풀이한다. 실제로 외환시장은 건전성 규제가 돼 있고, 채권도 장기투자자들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에는 그런 대책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시장이 이렇게 자리잡아 버려서 단기간에 쉽게 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의 '현금지급기'라는 꼬리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심정적으로는 자존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자본시장 측면에선 불확실성을 좀 줄여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