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정전돼서 휴장 되면 한전이 칭찬받을 텐데…"
23일 주가가 폭락하자 한 포털사이트 증권 게시판에는 투자자들의 탄식과 한탄, 절망, 공포 등이 담긴 글이 쏟아졌다.
정전으로 주식시장이 멈추는 대형 사고를 바랄 정도로 상당수 투자자는 이날 주가 폭락으로 치명적인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바닥이 없다"는 체념부터 "심리적으로는 코스피 1,500이 붕괴됐다"는 절규까지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렸다.
최근 계속된 금융시장의 불안과 코스피 하락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믿었다가 이날 주가가 폭락하는 날벼락을 맞은 탓이다.
코스피가 장중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이날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검은 금요일'은 장 시작 전에 이미 예고됐다.
유럽 은행들이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상황을 보였고,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꼽히는 중국의 경제지표마저 부실하게 나타나 간밤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가 폭락한 것이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국내 증시 개장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했다.
이날 3.56% 내린 1,736.38로 개장한 코스피는 낙폭을 키워 1,700선마저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장중 5% 이상 급락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기 하방 경고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 등이 폭락장을 이끌었다. 전날 하락분을 포함하면 이틀간 150포인트 가량 빠졌다.
바닥이라고 믿었던 코스피 1,700선 붕괴가 임박하자 투자자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혹시나 하고 반등의 기대를 품었지만, 추락이 현실로 나타나자 절망감은 더 커졌다.
환율 급등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5.00원에 개장해 1,200원 선을 위협했다. 당국의 외환시장 적극적 개입 방침 발표도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백약이 무효'라는 위기의식만 팽배해졌다. 희망을 암시하는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암흑천지가 됐다.
각국의 정책 대응도 이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자 인터넷 공간에는 투자들의 비명이 쏟아졌다.
증권전문 포털사이트 팍스넷 게시판에서 한 투자자는 "이제는 그 어떤 호재도 과연 긍정적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답습한다"고 공포감을 드러내며 "부디 한 번만이라도 대외 악재에 대한 강력한 내성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른 투자자는 "나름 신중히 생각한다고 했는데 순간 혹해서 샀다가 망했다. 눈물난다"고 한탄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온종일 주식 폭락을 걱정하는 글이 도배질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먼동이라도 터오는 게 보여야 할 텐데 개미들의 피해가 걱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사용자는 제일2저축은행장이 투신자살 소식을 언급하며 "주식 폭락으로 자살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돈이 뭔지 안타깝다"고 적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