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텔 업계가 무료로 제공하던 각종 서비스를 잇따라 유료로 전환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미국 호텔 업계가 객실 청소와 룸 서비스, 그리고 예약 취소 등 종전에는 돈을 받지 않던 서비스에 이용료나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올린 부가 수익만 해도 올 한해 18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천억 원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호텔 이용객들의 입장에서야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겠지만 부가 수입이 2천억 원이 된다면 호텔 입장에서는 그 동안 돈 받지 않았던 서비스 가운데 돈을 받을 만한 게 없나 찾는데 혈안이 될 만도 하겠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답니다.
이를 테면, 통상 호텔 방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생수는 무료입니다. 미니 바에 있는 음료수를 먹으면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대부분 테이블 위에 있는 생수는 무료라는 게 관행이었죠. 그런데 이런 테이블 위 생수조차도 1병에 6달러 (7천 원)을 받는다는 겁니다. 뒤늦게 청구서 받은 투숙객들은 항의도 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겠죠?
또, 호텔에 체크인 하기 전이나 체크아웃 한 이후에 손님이 짐을 맡기는 것도 2달러 50센트 (3천 원)의 돈을 받는다고 하네요. 투숙객들은 "호텔이 점점 약삭빨라지고 있다. 유료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고 손님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라며 분통을 터뜨려 봐야 호텔이 사정을 봐줄 리 없겠죠.
게다가 호텔들이 계절마다 다른 요금 체계를 세워놓으면서 슬그머니 투숙비를 더 받아내는 것에도 손님들은 불만이지만 호텔 측 입장은 단호합니다. "투숙객들의 요구와 수요가 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과 기타 서비스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미국에 여행을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에 미국에 가서 생소한 것이 재화나 서비스에 따로 붙는 세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가격 안에 세금이 포함돼 있지만 미국에서는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에 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각 주 별로 세금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금을 붙지 않은 가격표를 붙여 놓음으로써 싸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워싱턴 D.C. 같은 경우는 5% 남짓 세금이 붙고, LA 같은 서부에서는 9% 가량 세금이 따로 붙습니다. 이를테면, T셔츠 한 장이 50달러라고 한다면, 동부에서는 52.5달러, 서부에서는 60달러 가까이 내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런 제도에 익숙하지 않으면 가격표를 보고 '물건 값 싸네'하고 막 집어 들었다가는 세금만 백 달러 넘게 나가 최초 예산 세웠던 것과 차이가 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백 투 스쿨 (BACK TO SCHO0L)' 이라고 해서 신학기 시작하기 직전에 세금을 면세해 주는 세일 행사를 가집니다. 주로 아이들 학용품과 옷, 가방 뿐 아니라 TV와 컴퓨터 등 가전제품에 대해선데, 대부분 소비자들은 반년을 기다렸다가 이 기간에 주로 물건을 구입합니다. 그만큼 세금에 대한 부담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세금을 내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데도 세금을 내고 사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제품 가격과 별도로 세금을 받는 게 제도화됐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이를 감안하고 물건을 고릅니다. 처음 이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들만 낭패를 볼 뿐입니다. 즉, 제도화가 되면 소비자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알고 있다면 선택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호텔이 그 동안 요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서비스에 돈을 받기 시작했다면, 일종의 가격 인상인 겁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저가 항공사들은 비행기 요금을 낮추기 위해 기내식이나 음료, 그리고 담요 등에도 별도의 요금을 책정합니다. 싸게 비행기를 타려면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탑승객이 선택하도록 한 거죠. 모든 서비스를 다 받고 싶다면 조금 고가의 항공기를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즉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거죠.
그런데, 호텔의 경우는 투숙 요금은 요금대로 다 받으면서 각종 서비스를 유료화한다면 이는 가격을 올리는 효과일 뿐 아니라 투숙객들의 선택권 마저 박탈한 처사입니다. 짐을 맡기거나 테이블 위의 물을 먹거나, 또 다리미를 쓰거나, 금고를 이용하거나 방안에 어떤 물건이 돈을 내는 것인지 아닌지를 모르는 투숙객들에게 나중에 일방적으로 돈을 청구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가 아니냐는 겁니다. 그게 미국 호텔 이용객들의 주장입니다.
"남의 나라 일인데 뭘 그러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하게 가격 장난을 치는 우리 업계들의 약삭빠른 소행을 감안하면 이런 일이 오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방법들 여러 가지 있죠? 동일한 가격을 매겨놓고 양을 슬그머니 줄이거나, 비슷한 제품을 여러 가지로 종류로 만들어서 가격을 조금씩 올려 헷갈리게 합니다. 수익을 어떻게든 내려는 것이 상행위 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지 않게 수익을 내는 것이 기업 윤리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한 호텔 투숙객은 "이렇게 가다가는 호텔에서 이용하는 베개에도 별도의 돈을 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는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호해 주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기업이나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끔 소비자들이 권익 보호와 현명한 판단에 스스로 인색하지 말아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