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속 여성들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입니다. 수도 자카르타의 중심부에서 18일 오후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들고있는 종이 포스터를 보시죠. 보라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Don't tell us how to dress, tell them not 2(to) rape" 우리 말로 번역하면 "우리에게 어떤 옷을 입으라고 하지 말고, 그들에게 성폭행하지 말라고 하라" 는 뜻입니다. 여기서 '우리'란 여성 전체를 '그들'이란 남성들을 말합니다. 이 여성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요? 아래 사진을 먼저 보신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 인도네시아 미니버스 -
위 사진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애용하는 미니버스입니다. 다른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들입니다만, 인도네시아 역시 대중 교통시설이 낙후돼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시내버스나 지하철도 없고, 상당수 주민들이 위 사진에 보이는 미니버스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시위를 벌인 계기가 된 사건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7살 된 한 여성이 미니버스에 탔다가 같은 미니버스에 타고있던 남성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2주쯤 뒤, 자신을 집단 성폭행한 남성들 가운데 1명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범인들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뒤 파우지 보워(Fauzi Bowo)라는 자카르타 특별주 주지사가 성차별적 발언을 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보워 주지사는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운전사 옆에 앉으면 유혹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유혹하는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파우치 보워 자카르타 주지사 -
보워 주지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인도네시아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성폭력을 거부하는 여성 연대'라는 여성단체 회원 50여 명이 위 첫번째 사진에서 보시듯이 자카르타 중심부에 모여서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보워 주지사는 지난 17일 뒤늦게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여성들의 항의 시위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보워 주지사는 올해 64살로 전형적인 행정관료 출신 주지사입니다. 지난 2007년에 주지사로 선출됐으며, 임기는 2012년까지입니다. 발언으로 봐서도 그렇고, 사진에서도 풍깁니다만, 보수적 성향의 인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생하는 성폭행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합니다. 2010년 한 해 동안 40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지금까지 벌써 41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특히 서민들이 이용하는 미니버스에서 운전기사나 남성 승객들이 여성 승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이 옷차림에 주의해서 남성들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워 주지사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니스커트(1월 19일)'와 '슬럿워크(6월 10일)'와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보워 주지사의 발언은 지극히 남성 중심의 잘못된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 자신의 성적 매력을 내보이기 위해서든 어떻든 미니 스커트나 다른 야한 옷을 입는 것은 한 개인의 자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니 스커트를 입는 것이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동의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라는 것입니다. 이를 착각하는 남성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남자인 저 역시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길거리를 다닐 때,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보면 아찔거릴 때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성들이 지나칠만큼 야하게 옷을 입는데 대해서는 저도 뭐라 지적하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만, "여자가 야한 옷을 입는 것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는 착각은 절대 말아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