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교통 대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매년 귀성 귀경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움직이는 사람 수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로망이 갑자기 대폭 확충된 것도 아닙니다. 1등 공신은 도로공사가 제공하는 실시간 교통 정보입니다.
스마트폰이나 네비게이션으로 누구나 쉽게 실시간 교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막히는 구간을 '스마트'하게 피해갑니다. 덕분에 극심한 정체구간은 사라지고 대신 낮은 수준의 정체가 고속도로에 골고루 퍼지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당장 이번 추석 연휴만해도 4일 연휴 동안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한 도로교통 정보 조회가 92만 7천 건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보다 63% 증가한 것이죠. 덕분에 대부분의 귀성-귀경 구간에서 소요시간이 1시간에서 2시간 단축됐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실시간 교통 정보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요? 그에 앞서 실시간 교통 정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부터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공사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CCTV화면, 사고 정보, 공사 현황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이용자에게 가장 유용하고 핵심적인 정보는 세 가지입니다. 교통량, 구간 평균속도, 구간 통과 소요시간 입니다.
이 세 가지 정보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도로공사 측은 대략 9가지 정도의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합니다. 이 중에서 교통량, 평균속도, 소요시간을 얻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4개 정도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하이패스 단말기를 통한 '프로브 카(probe car)' 방식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하시는 분들은 프로토스의 기본 유닛 '프로브'를 아실 겁니다. 다른 기능도 있지만 정찰 목적도 있는 유닛이죠. 프로브 카 방식은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프로브처럼 하이패스 단말기를 달고 있는 차량을 도로 정보 수집을 위한 '정찰병'으로 사용합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고속도로에 3.5km 구간마다 안테나를 설치해놓고,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한 차량이 지나갈 때 마다 지나간 시각과 차종 정보를 수집하는 겁니다. 3.5km마다 같은 차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므로 차의 평균속도와 경로 정보 등도 자연히 수집할 수 있죠.
이 정보 등을 바탕으로 각 차량이 실시간으로 도로에서 어떤 속도로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교통 센터에서 어떤 차가 어디를 어떻게 지나고 있는지 실시간 모니터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도로공사는 안테나를 통해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을 때, 암호화된 난수값으로 데이터를 전송받기 때문에 개인을 식별할 수 없고, 따라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VDS(Vehicle Detection System)라 불리는 이른바 검지기 방식입니다. 도로에 차의 이동을 검지할 수 있는 일종의 센서를 설치해 놓는 방식이죠. 매설식과 노변 설치식을 쓰는데요, 정확한 것은 매설식입니다.
먼저 도로에 루프라고 불리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원통형 전선을 4.5미터 간격으로 매설합니다. 차가 지나가게 되면 먼저 앞쪽에 설치된 루프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가 변화합니다. 잠시 뒤 차가 지나가면서 4.5미터 뒤에 떨어진 루프를 밟으면 약간의 차이를 두고 두 번째 루프에 흐르는 전류값에 변화가 생기죠. 이 두 전류값이 변화하는 시간차를 가지고 평균 속도를 계산해내고, 또 특정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변화를 반복하는지를 측정해 지나가는 차의 숫자, 즉 교통량 데이터를 산출합니다. 이를 두고 도로교통연구원에서는 '도로의 CT촬영'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다만 도로매설식 감지기, '루프'의 치명적 단점은 한 번 고장이 나면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를 다 막아놓고 매설한 전선을 고쳐야 하니까요. 그래서 도로에 매설하는 대신 도로 변에 감지 센서를 설치하기도 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세 번째 방법은 TCS(Toll Collection System)입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죠. 톨게이트와 톨게이트 간의 통과 시간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명절이 되면 방송뉴스에서 "지금 부산을 출발하시면 요금소 기준으로 서울까지 00시간이 걸립니다"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 데이터가 바로 TCS를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네 번째 방법은 CCTV입니다. 도로를 다니시다보면 과속이나 버스전용차선 단속용 카메라가 아니라, "교통정보 수집용 카메라"라고 표지판이 달려있는 CCTV 카메라가 있죠? 바로 이 카메라들이 실시간 교통정보 수집에 쓰입니다. 교통센터에서 보니 이 CCTV를 정교하게 프로그램하면 구간의 교통량과 속도는 물론 차종까지 다 알 수 있더군요.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취재하면서 세금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인 든 것도 오랜만이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방송기자 입장에서 사회가 스마트해질수록 '교통대란' 같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시각적 스펙타클이 줄어들어 일하는데 애로사항은 많습니다. 당장 서울요금소를 배경으로 라이브 중계를 해도 배경으로 꽉 막힌 화면이 안 나오니까요. 그래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도로정보가 더 스마트하게, 더 편리하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