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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열목어와 지뢰밭, 그리고 자전거…

엉터리 접경지역 개발사업으로 환경만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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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에 따르면 열목어는 이런 물고기입니다.

'몸길이 최대 70센티미터. 은색 바탕에 작은 자홍색 반점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다. 연어목 연어과로 곤축, 개구리 등을 먹고 산다. 강원도 정선 정암사와 봉화 석포면의 서식지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 환경부가 특정보호어종으로 지정해 허가 없이 채취, 포획할 수 없다'

어쨌든 귀한 어종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환경부는 열목어를 서식지와 상관 없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죠. 그런데 이 열목어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양양군입니다.

양양군은 관내 민통선 지역안에 7.3킬로미터 길이 자전거 평화누리길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 자전거 길이 열목어의 서식지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말 군의 허락을 받고 양양군 민통선 지역에 들어가 봤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도로 옆에는 '지뢰'라는 표지판이 5미터에 하나꼴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간담이 서늘해져 안내하는 군인에게 물어봤습니다.

기자: "이거 지뢰밭 사이에 길을 놓았네요?"

군인: "미확인 지뢰 지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확인 지뢰 지역은 6.25 때 지뢰가 매설돼 매설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지역이죠."

까딱 도로 밖으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더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지뢰 표지가 있는 숲으로 조금 들어가도 될까요?"

군인: "민통선 지역에선 길이 아니면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열목어 얘기를 하다 생뚱맞게 지뢰 얘기로 빠기게 돼 조금 혼란스러우실 텐데요, 열목어의 서식지인 양구군 민통선 안 두타연으로 향하는 제 마음이 바로 그랬습니다.

이윽고 국내 열목어의 최대 서식지인 두타연에 도착했습니다. 두타연은 높이 7~8미터 가량의 폭포가 상류와 연결돼 있고, 천연 동굴이 형성된 천혜의 절경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선 지뢰밭을 갈아 엎어 자전거 길을 놓은 요란스러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겁니다.

다시 자전거길을 따라 올라가봤습니다. 자전거 길은 두타연 상류 쪽으로까지 이어져 있었는데요, 백여 미터만 더 올라가면 이 상류를 가로지르는 인도교 공사 현장이 나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두타연을 구경한 뒤, 다시 다리 위로 시원한 계곡을 건너도록 설계된 것이죠. 지뢰에 대한 공포만 잊을 수 있다면, 그럴 법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인도교 공사 현장이 문제였습니다. 환경단체에서는 인도교 공사 때 발생한 토사가 아무런 방재시설 없이 하류로 떠내려가는 장면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 제공했는데요, 언론 취재가 시작된 걸 눈치 채고 양구군에서 서둘러 정돈한 현장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습니다.

양구군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부군수가 나와 직접 설명했습니다.

[김대영/양구군 부군수: 열목어는 두타연의 7미터 높이의 폭포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그러니 상류로는 올라오지 못하고요, 따라서 인도교 공사는 열목어의 생태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양구군은 실제로도 이렇게 믿었는지, 자전거도로와 교각 공사 전에 실시한 사전 환경성 영향 평가에 열목어를 누락시켜 놓았습니다.

자, 제가 전문가도 아닌 노릇이고, 맨 앞에 적어놓은 백과사전 내용을 다시 언급해봐야겠습니다. '연어목 연어과'. 이쯤이면 힌트를 얻으신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연어는 10미터 높이의 폭포도 거뜬히 거슬러 올라갈 만큼 점프력과 유영력이 뛰어납니다.

그래도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야 하기에 정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에 다시 물어봤습니다.

[김치홍/국립수산과학원 박사: 열목어는 유영력이 매우 뛰어나 10미터 높이의 폭포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실제로 두타연 상류에서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열목어는 1급수의 맑은 물에만 사는 물고기이니 토사가 흘러든 상류는 뻔한 상황. 또, 토사가 백여 미터 아래 두타연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김치홍/국립수산과학원 박사: 열목어 서식지에 토사나 부유물이 흘러들면 알이 부화를 못하게 됩니다. 2세, 3세 번식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한마디로 양구군은 '잘 뛰는' 녀석들을 '못 뛰는' 것처럼 단정한 뒤,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양구군은 지역의 명물로 알려진 열목어의 서식지를 해치면서까지 왜 이런 공사를 강행해야 했을까?

[김대영/양구군 부군수: 자전거 동호회에 설문조사를 했더니,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으면 온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관광산업 활성화로 인한 지역경제 발전을 꾀한 것 같은데, 문제는 취재진의 간담을 서늘게 한 지뢰밭 자전거길을 찾는 사람들이 과연 기대처럼 많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인근 화천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화천군 민통선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전거 평화누리길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길이가 6킬로미터 정도 되는데요, 문제는 양구군 만큼이나 심각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 산양의 서식지를 갈아엎어 자전거 길을 놓고 있었던 겁니다. 산양은 극히 예민해 요란한 공사가 진행되면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화천군 평화누리길 공사 현장도 양구군과 마찬가지로 '미확인 지뢰지대'였는데요, 지뢰밭을 달리는 스릴를 만끽하기 위해 가뜩이나 인간에 의해 절멸 위기에 놓인 동물의 서식지를 빼앗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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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자전거 길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나왔을까.

이 자전거길 공사는 행정안전부가 해당 지자체를 독려해 추진하는 접경지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치돼 낙후돼 있던 접경지역의 관광자원을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죠. 하지만 섣부른 개발 계획 때문에 그나마 남북 대결 구도 덕(?)에 60년간 그 모습이 보존돼 왔던 민통선의 자연이 훼손되고 있었던 겁니다.

자, 이쯤에선 현명한 결론이 요구됩니다. '열목어, 지뢰밭, 그리고 자전거….' 이 어울리지 않은 조합을 어떻게 수습할지, 이쯤에서 저지른 당사자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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