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주민투표가 끝났습니다.
찬반 투표가 아닌 선택투표라, 투표일과 정확한 투표의 내용을 모르는 유권자도 상당했던 초유의 투표. 어찌됐건 투표는 끝났고, 강남이 물에 잠기고 우면산이 쏟아져 내리는 사상 초유의 수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주민투표를 발의했던 오세훈 전 시장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시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한 달여간 우리사회를 뜨겁게 했던 주민투표, 투표를 발의한 주인공 오세훈과 215만여명의 민의가 담긴 투표용지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주민투표용지는 어디로?
"녹아 없어지거나, 재활용되거나"
최종 투표율 25.7% 가 나온 이번 주민투표. 투표함은 결국 열리지 않았습니다. 33.3%가 넘지 않으면 투표는 자동으로 무효가 되기에, 결국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투표함은 어떻게 됐을까요?
일단 다음주 수요일, 그러니까, 7일까진 투표함은 서울의 25개 자치구 선관위 창고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14일간은 소청.소송기간이기 때문에 폐기해선 안되기 때문이죠. 소송을 제기할수 있는 기간이 완전히 만료된후, 30일이 지난 뒤 폐기되는데 폐기하는 방법도 마구잡이로 하진 않습니다.
구 선관위가 위원회를 열어 어떻게 폐기할지 논의해서 폐기 방식을 결정합니다.주로 화학약품에 용지를 담그는 용해방식, 불에 태우는 소각방식, 기계에 넣어 잘게 부수는 파쇄 방식이 있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용해방식 입니다. 그 다음으론 파쇄방식도 많이 이용하는데 파쇄된 뒤엔, 주로 재활용업체에 팔려 재활용지가 됩니다.
-오세훈은 어디로?
"이르면 추석 전 이사"
며칠전까지만 해도 이슈의 중심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은 주민투표가 끝난뒤, 마치 세상에서 증발한 것 처럼 언론에선 자취를 감췄습니다.
시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바로 그날 시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이임식까지 일사천리로 마친 오세훈 전 시장. 투표율이 33.3%를 넘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오 전 시장은, 때문에 투표 이후의 상황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살고 있던 시장 공관에서 나와 살 집을 구하는 일. 24일 이후 백방으로 집을 구하고 있는 오 전 시장은 현재 몇 군데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놓은 상황입니다. 일단 빠르면 추석 연휴 이전에 계약할 계획입니다. 추석 연휴 직후 이사를 할 생각이지만, 이르면 추석 전에 공관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24일 이전까진 매일같이 언론에 나왔던 오세훈시장은 주민투표에 패배한 뒤엔 극도로 언론노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와, 자칫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측근들과도 전화 연락 정도만 하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집 근처를 산책 하며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하네요. 이사를 한 뒤에도 당분간은 외부행사는 물론 지인들과의 만남도 극도로 자제할 계획입니다.
한바탕 정신없이 휘몰아친 폭풍같은 주민투표 그리고 사퇴로 이어진 정국을 겪은 오 전 시장과 측근들, 한 측근은 "모두들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이들의 심정은 황망한가 봅니다. 이런 가운데 오 전 시장이 더욱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원래 7월 쯤 나올 예정이었던 서울에 관한 책을 끝내 출간하지 못한 겁니다. 자신이 주말마다 직접 사진을 찍고 서울의 가볼만한 곳을 안내한 '서울안내서'인 이 책은 오 전 시장이 올해 무척이나 애착을 기울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시장이 직접 그 도시를 샅샅이 찾아 다니며 소개한 책자는 없다며 굉장이 뿌듯해 했는데 , 시장 재직 시엔 결국 책을 출간하지 못한 것이죠.
불과 두달 여전 몇몇 기자들에게 곧 정말 멋진 '서울안내서'가 나온다며, 내용을 설명하며 눈을 반짝였던 오세훈 전 시장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인생과 정치는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드라마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