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지만 일본 정부는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각료들은 24일 일개 민간기업의 신용등급 부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었고 재정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가급적 피했다.
내각 대변인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에 대해 "국가의 재정 상태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재정건전화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무디스가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정치의 기능 부재를 지적한데 대해 "일개 민간기업의 신용등급 부여에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사회보장을 고려한 재정의 재검토와 동일본대지진의 부흥재원과 관련, 확실한 대응을 하지않으면 안된다"면서 "국민의 이해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시장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재정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엔고 대책만 제시했다.
노다 재무상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엔고에 대한 대책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1천억 달러의 기금을 만들어 기업의 인수합병(M&A), 자원 및 에너지의 확보와 개발,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다 재무상은 "일방적인 엔고의 흐름이 시정되길 기대한다"면서 "향후 필요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인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다만 이날 아침 기자들에게 "최근의 국채 입찰이 순로롭고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일본 국채의 신인도에 동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진국 최악 수준인 일본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채 입찰과 장기금리에 별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유감이다"고 짤막하게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각료들의 이런 반응은 한마디로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기분나쁘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중국, 대만과 같다.
일본이 비록 부채비율은 20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 신규 국채의 95% 정도를 소화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르고 채무상환 불능에 빠질 가능성도 없는데 신용등급을 내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자세는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국채를 흡수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채 증가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이 국가를 불신해 어느날 갑자기 국채에서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금리 상승과 정부의 채무 부담 가중, 주가 하락과 엔화 가치 급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혼란을 불러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