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았던 카다피의 아지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도 성난 민심 앞에서는 모래성에 불과했다.
리비아 반군은 23일(현지시각) 카다피군과의 치열한 교전 끝에, 무아마르 카다피 진영의 핵심 거점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트리폴리 서부에 있는 이 요새는 카다피 관저, 막사, 통신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규모도 6㎢에 이르는 광활한 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아랍어로 '찬란한 문'이라는 뜻의 아지지야 요새는 그 이름이 무색할 만큼 카다피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곳이기도 하다.
카다피의 여섯째 아들 세이프 알-아랍과 손자, 손녀 등 3명은 지난 4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폭격에 숨졌다.
1986년 4월에도 리비아의 폭탄테러를 응징하기 위한 미군의 공습으로 카다피의 수양딸 한나가 숨졌다.
그러나 아지지야 요새는 이 사건 이후 더욱 난공불락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미군 공습 이후 카다피 정부는 시설 대부분의 지하에 통로를 마련하고 3중 콘크리트로 둘러싼 벙커도 갖추도록 해 공습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카다피군이 지난 20일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 작전 이후 수도 내 대부분의 시설을 함락당한 뒤 이곳을 최후의 보루로 삼은 것은 이 같은 뛰어난 방어 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다피군은 반군이 아지지야 공격을 개시한 이후 하루도 버티지 못한 채 요새를 넘겨주는 수모를 겪었다.
예상을 깬 반군의 쾌승은 나토군의 집중 폭격과 반군의 지상 작전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나토군은 최근 들어 가장 강도 높은 폭격을 요새에 집중시키며 카다피군의 저항을 무력화했다.
카다피군은 탱크와 박격포 등을 동원해 사력을 다했지만 공중과 지상을 아우르는 반군과 나토군의 입체 공격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나토군의 공중 지원을 등에 업고 육상 저지선을 뚫은 반군은 요새의 시멘트 벽을 부수기 시작했고 기세에 눌린 카다피군이 도주하기 시작하면서 승부는 쉽게 판가름났다.
요새의 벽이 헐리고 육중한 문이 열리자 반군 수백 명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일제히 요새 안의 땅을 밟았다.
반군들은 금빛으로 된 카다피의 두상 조형물을 짓밟고 발로 차며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했고 허공에 총을 발사하며 요새 장악작전 성공을 자축했다.
요새 내 깃대에는 반군의 깃발이 새롭게 게양돼 펄럭였다.
그러나 카다피가 은신 중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요새 안에서 카다피의 행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요새의 지하에는 2천 마일에 이르는 대규모 비밀 터널망이 구축돼 있다"면서 카다피 일가가 요새 지하에 숨어 있거나 이 터널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갔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