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낮춰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조그만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면 하얀 숲이 펼쳐집니다.
나무로 만든 종이가 다시 나무가 되었습니다. 종이로 만든 땅 밑을 걸어 다니는 경험은 겸손에 대한 성찰이 묻어 있습니다.
[김효은/ 비욘드뮤지엄 큐레이터:사람의 오만한 자세가 아니라 동물과 곤충의 자세가 되어서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바라보자는 작품입니다.]
일본 대지진 이후 타카시 쿠리바야시의 작품은 변화를 겪습니다. 인간이 교만해 졌을 때 자연은 오염되고 재앙이 닥치게 되지만, 겸손하게 자연을 존중하면 아름다움과 깨끗함으로 인간을 품어줍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집니다. 허리를 굽힌 자세로 자연을 대하게 만드는 작품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담고 있습니다.
물과 함께 얼어버린 나뭇잎은 작가가 일본에서 가져온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자연을 전시공간으로 가져온 것인데요,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사건은 말 그대로 기억을 얼려버릴 만큼의 충격이었습니다. 나뭇잎은 그 순간의 기억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담고 있습니다.
어항 속의 물고기들은 당연히 바깥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실 텐데요, 이번엔 어항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을 해 봅니다.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 등의 자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어항 속으로 직접 들어다보면 작다고 하찮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작은 구멍 사이로 고개를 내밀면 천장 속에 또 하나의 호수와 숲이 펼쳐집니다. 마치 꿈 속에서 집의 어느 한 부분을 통해 동화의 세계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작은 구멍이라 취재하기도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요, 이곳에 펼쳐진 수면은 진짜 물이 아니라 실리콘오일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그냥 물을 채워 넣으면 전시 기간동안 벌레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네요.
고개를 낮추고, 어항 속으로 들어 가보고, 얼어버린 나뭇잎을 보다보면 어느덧 꿈 같은 자연을 떠올리게 됩니다. 교만한 마음을 버리면 자연의 숲도 동화의 세계로 연결될 것 같습니다.
취재협조 – 비욘드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