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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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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아 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몇 분이나 될까요? 올해로 광복 66돌을 맞았으니, 할머니들의 연세는 적어도 여든은 훌쩍 넘겼겠죠.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34명 가운데 지난달 기준으로 70명만이 국내외에 생존해 계십니다.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가 만 86세로 점차 고령화되고 있고, 지난 2006년 이래 해마다 6명에서 15명의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해외에 거주하고 계신 할머니는 8명입니다.

저는 지난주에 이번 66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특별한 할머니 두 분을 만났습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송신도 할머니와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노수복 할머니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송신도 할머니는 2년 전 개봉한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며 일본에서 지난 1993년부터 10년 동안 법정 투쟁을 벌여온 이야기입니다.

지난 12일 김포공항에 입국한 송신도 할머니와의 첫 만남은 굉장했습니다. 올해 89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정정하고, 건강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 미야기현에 살았던 할머니는 지난 3월 일본에 대지진이 났을 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물론 한국에서 할머니를 응원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극적으로 지진해일로부터 목숨을 건진 할머니는 현재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일본 지원 모임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계십니다. 할머니는 16살이던 1938년 중국 무창으로 끌려가 7년 동안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고,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살게 됐습니다.

21살 때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태국에 정착하게 된 노수복 할머니도 2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모진 세월에 자신의 생일도, 우리말도 전부 잊어버렸지만 '안동군 풍천면 광덕동 안심리'라는 고향 주소만은 또렷하게 한국말로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잊어버리지 않은 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라를 되찾은 날, 광복절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잊어버린 생일은 8월 15일로 대신해 꼬박꼬박 챙겨오고 계십니다. 노수복 할머니는 이번 방문 기간 동안 극적으로 남동생도 만났는데요, 지난 1984년 한 방송국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이후 27년 만에 첫 만남입니다. 동생 78살 노국현 씨는 2년 전부터 뇌출혈로 오른쪽 손과 다리가 마비돼 거동과 말씀이 불편하셨습니다. 12살이나 어린 동생의 펴지지 않는 오른 손을 주무르며 노수복 할머니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송신도 할머니와 노수복 할머니는 이번 방문기간 동안 '제 1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에도 참석했습니다. 20년 전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학순 할머니가 용기 있는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범죄를 세상에 처음 폭로했는데요, 할머니의 공개 증언에 힘입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위안부 피해국 간의 연대도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1992년 8월 서울에서 첫 걸음을 뗀 '아시아연대회의'는 올해로 열 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할머니들이 참석한 올해 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동티모르, 태국, 필리핀, 일본, 독일, 미국, 캐나다 9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그 동안의 활동 내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노수복 할머니는 이날 회의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재일조선인 학교를 돕기 위한 후원금 5만 바트(우리 돈으로 180만 원 정도)를 쾌척했습니다. 할머니는 지난해 한쪽 폐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요, 수술비도 모자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우리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을 한 푼, 두 푼 모아 후원금을 마련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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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도 할머니는 10년 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여온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 제목과 같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주제로 증언했습니다. 두 할머니는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오랜 세월 지내온 삶의 터전도 달랐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기 전까진, 죽을 수도 없고 죽지도 못한다는 뜻만은 똑같이 밝혔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할머니들의 당당하고 굳은 의지를 보면서 제가 오히려 힘을 얻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생존해 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7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70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과 세월의 흔적들을 보면서 위안부 문제가 다른 어떤 현안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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