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잇따른 도발로 독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무척 높아졌습니다. 독도 문제를 비롯한 각종 영토 문제에 '조용한 외교'를 내세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정부도 여론을 감안해 강경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울릉도에 가겠다며 입국을 시도한 자민당 소속 의원 3명을 김포공항에서 돌려보낸 것도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강력한 조치였죠.
하지만 과거의 '조용한 외교'가 신중하다기보다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측면이 강해서 문제였다면 지금의 강경 모드는 합리적, 전략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치적 성격이 짙어 보여서 걱정입니다.
이번 일본 의원 3명의 입국 시도에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감정적 발언이 잇따랐습니다. 특히 일본 의원 3명이 김포공항에서 사실상 농성을 벌이다 돌아간 바로 그 날, 현 정권 핵심 실세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1일 독도 경비대 체험에 나섰습니다. 독도를 직접 지키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킨 셈인데, 장관이라기보다는 정치인의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언론의 반응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고요. 그 뒤로도 많은 정치인들이 독도 방문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대응이 정말 도움이 될까요...
그런데 광복절을 맞아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하고 국방부에서도 호응하고 나섰고 외교부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독도 방위를 맡는 중대를 편성해서 1개 소대씩 순환 근무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독도에 군부대를 주둔시키자는 얘기는 있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태도가 바뀌었을까요?
안 그래도 이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외교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국제법 전문가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영석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해병대 주둔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특히 지금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을 모두 철수시키고 해병대만 주둔시키는 것은 안 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경찰의 경우 민간인에 해당하므로 전시에도 공격을 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죠. 민간인을 공격하면 국제적으로도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하지만 해병대는 유사시에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김 교수는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살펴보더라도 경찰이 경비를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조약 3조는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관리하에 있는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관리하에 있는 영토'라는 게 조약의 대상이고 행정관리, 즉 administrative control 하에 있다는 것은 군사 점령 상태가 아니라 경찰의 치안 활동 하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는 겁니다.
물론 경찰이 함께 근무한다면 이런 우려를 상당히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도의 규모와 거주 시설 문제 등을 생각해보면 현재와 같은 수준의 경찰력에 1개 소대 규모의 해병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해병대 주둔 논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입니다.
김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일본과 중국 사이의 센카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이 지역이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밝힌 것처럼 독도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밝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클린턴 장관의 이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고 합니다. 거꾸로 독도의 경우 우리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일본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이 사용한 바로 그 방법이죠.
사실 한미연합사령부는 독도 주변 해역에서 수시로 훈련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울릉도 주변에서 대잠수함 훈련과 공군 편대군 훈련을 벌였는데, 독도 상공에서 미군 급유기가 우리 F-16 전투기에 급유를 하는 훈련이 실시됐습니다. 또 지난 2000년에는 일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한미 연합군이 독도 해역에서 실사격 훈련도 했었습니다. 구체적인 훈련 사례는 국방부에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만 적어도 현재 군사 훈련 측면에서는 독도가 한미연합사의 작전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따라서 김 교수의 주장대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보다는 미 국무부가 독도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가 말하는 행정지배하의 영토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게 하는 것이 유용해 보입니다. 영토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자칫 내년에 있을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화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