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언론은 케이프타운에서의 신혼여행 기간 자신의 신부를 청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도계 영국인 백만장자 쉬렌 드와니(31)가 재판을 받기 위해 남아공으로 송환돼야 한다는 10일 영국 법원의 결정을 11일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일간 신문 프리토리아 뉴스는 이날 1면 톱으로, 국영 TV인 SABC 인터넷판은 프론프페이지 두번째 기사로 각각 영국 재판부의 드와니 남아공 송환 결정을 전하면서 드와니 송환을 추진해온 남아공경찰이 "기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와니는 자신의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드와니 측이 항고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남아공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드와니가 송환되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케이프타운의 한 빈민촌에서 당시 28세의 인도계 스웨덴 여인이 목에 총상을 입은 시신으로 발견된 이 사건은 범인 용의자가 다름 아닌 신혼여행 온 남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 발생 = 2010년 11월 14일 오전 케이프타운의 빈민촌 카엘리차 인근 버려진 미니밴에서 목에 한 발의 총상을 입은 여인이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성 신원은 애니 드와니로, 남편 쉬렌과 함께 신혼여행을 즐기던 도중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 쉬렌은 애니와 함께 전날인 11월 13일 밤 미니밴 택시를 타고 케이프타운을 여행하던 도중 2인조 강도를 만났고 자신과 택시기사는 차에서 버려져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애니는 끝내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며 슬퍼했다.
애니 시신은 곧바로 남편과 함께 영국으로 옮겨져 애니 아버지인 비노드 힌도차씨 등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식으로 화장돼 장례식이 치러졌다.
◇영국 경찰 남편 드와니 체포 = 이런 가운데 영국 경찰이 남아공 경찰의 송환 요청에 따라 2010년 12월 8일 드와니를 전격 체포했다.
앞서 전날인 12월 7일 케이프타운에서 드와니 부부가 탄 미니밴택시를 운전했던 졸라 통고가 법정에서 피살된 애니의 남편 드와니가 자신에게 청부살인을 요청했고 그 대가로 1천400파운드(약 240만 원)를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통고는 남아공 경찰과의 플리바겐(유죄협상제도)을 통해 드와니의 요청에 따라 두 명의 청부살인업자를 섭외해 강도를 당한 것처럼 위장해 애니를 살해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통고는 남아공 법원에서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러나 드와니 가족 측은 그같은 주장은 통고가 드와니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송환 재판 = 영국 법원은 이후 체포된 드와니가 남아공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송환돼야 하는지 심리를 거듭했고 결국 10일 송환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영국과 남아공 언론들은 드와니가 미니밴 택시기사 통고를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11월 12일 케이프타운의 호텔 주차장 등지에서 만나는 장면과 시신이 발견된지 이틀 후에도 같은 호텔에서 만나 드와니가 돈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건네는 장면이 호텔 폐쇄회로 TV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드와니 가족 측이 이 영상을 입수하려고 호텔 측에 접근하려 했다는 남아공 경찰의 주장도 전했다.
드와니 측은 그러나 택시 비용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영상 입수 시도는 변호사의 지침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며 드와니 가족은 경찰 조사에 항상 협조적이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언론 보도들은 드와니가 동성애적인 성적 취향을 갖고 있어 그가 애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 약혼을 취소한 전력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국과 남아공 언론들은 범행동기와 관련, 드와니는 그러나 자신이 애니와 결혼하지 않을 경우 가족에게서 버림받을 것을 우려했으며 이에 따라 다른 방법을 모색했을 가능성을 탐문 취재를 통해 밝혀냈다.
한편 애니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남아공의 졸리 음응게니는 뇌종양 진단을 받아 위중한 상태이며 또다른 '히트맨' 음즈와마도다 콰베도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다.
◇남아공 자존심 회복? = 송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인 지난해 12월 초순 남아공의 최대 노동단체인 코사투(COSATU)는 성명을 통해 문제의 사건은 남아공 국민이 아닌 사람에 의해 계획된 것임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며 이는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얻은 평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혼여행 기간 신부가 케이프타운에서 살해됐다는 소식이 세계에 전파되면서 남아공 국민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정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편 드와니 가족은 바로 그같은 점 때문에 남아공 경찰이 드와니를 살인 사건 용의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변해왔다.
드와니는 경찰에 체포됐으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병동에 수용돼왔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