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이상 끌어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기대할 수 있는 다소 희망적인 국면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1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사태가 악화된데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노사간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파업 후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자리에서다.
노사협상의 사측 당사자인 조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태가 극한상황으로 치닫기 전 에 좀더 빨리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조 회장이 업무를 핑계로 장기 해외출장에 나선 것이 오히려 오해를 사고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정치.사회 문제로 비화되도록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정치권은 국회 청문회를 오는 17일로 잡아놓고 조 회장의 출석을 압박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3차례에 걸쳐 '희망버스' 행사를 가진데 이어 이달 27일 서울에서 4차 '희망버스'를 열 계획이다.
이래저래 일이 꼬일대로 꼬여 버린 것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조 회장의 의지와 진정성이 주목받게 됐다.
조 회장의 대국민 호소가 사태 해결에 어떤 결정적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의 근원지는 '대규모 정리해고'다.
사측이 세계 조선 불황에 따른 경영 위기를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아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노조의 총파업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2월 구조조정 대상 근로자 400명 가운데 희망퇴직자 228명을 제외한 나머지 172명을 정리해고하면서 노사간 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핑계일 뿐이라며 '정리해고 철회'외에는 어떤 대안도 없다는 식의 강경자세 일변도였다.
노조가 지난 6월27일 총파업의 전격 철회와 업무복귀를 선언하면서 사태가 해결의 기미를 찾는듯 했으나 정리해고자들의 잇단 항의 집회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농성, '희망버스' 행사 등으로 노사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측의 입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조 회장은 이날 호소문에서 "3년안에 경영정상화를 이루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회사를 떠난 가족들을 다시 모셔올 것"이라는 말을 했다.
단서를 단 재고용 약속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부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태의 조기해결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노조도 협상에 있어 '절대 안된다'는 자세로 일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조 회장의 귀국과 대국민 호소문은 사태 해결에 있어서는 진일보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태 전반으로 보면 이제 막 첫발을 디딘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태 해결까지 가는데에는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노동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조 회장의 귀국 회견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리해고 철회라는 핵심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설득이 부족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회 청문회도 기다린다.
조 회장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출석할 의향을 내비쳤다.
귀국직후 국민들에게 호소한 내용이 국민적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면 청문회를 오히려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될 것이다.
단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진정성이 문제다.
"회사 경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으며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조 회장은 말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면 이것 또한 조 회장의 책임이다.
노사간 문제에 있어서도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 될 때까지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의지가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