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같이 키운 놈들인데 이렇게 죽여야 한다니 말이 됩니까?"
8일 오후 제9호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간 전남 완도군 보길도 중리 해수욕장은 바다에서 밀려온 전복 가두리 양식장이 쌓여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폐허가 됐다.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푸른 바닷물로 피서철이면 전국에서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렸던 아름다운 해수욕장은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중리 해수욕장에 '무이파'가 상륙한 것은 7일 오후, 집채 만한 파도는 섬을 덮치면서 섬 인근에 설치된 전복 양식장을 몰고 해안으로 쓸고 들어왔다.
길이 100m, 폭 12m 규모의 전복 양식장은 밧줄로 단단히 고정돼 있었지만, 태풍의 위력에 맥없이 끊어져 백사장까지 올라왔고, 해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어민들은 양식장이 밀려오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중리에만 전복 양식을 하는 농가만 90가구에 400여명에 이르며, 대부분 빚을 내 양식을 시작해 막대한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중리 어민들은 2년전 어장을 정리해 올해 처음 3년생 전복을 수확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물거품이 됐다.
어장 1개당 시설비가 1억 원에 달하고 종패 가격도 1억 원을 넘어 최소 2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무더운 날씨에 노출된 전복은 부패하기 시작했으며, 어민들은 폐허 속에서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김순임(54.여)씨는 "1억 원을 대출받아 어렵게 전복 양식을 시작했는데, 하나도 못 건지게 됐다"며 "자식같이 소중하게 키웠는데 이렇게 버려야 한다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일손을 도우러 나온 윤성택(71)씨는 "70평생 살면서 이런 난리는 처음 본다"며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잘 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대견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명남(38) 청년회장은 "어민들이 살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당장 양식장을 정리하고 미역 양식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한 김종식 완도군수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다리려면 3-4개월이 걸려 일단 군 예비비를 긴급 투입할 계획"이라며 "피해 보상 문제는 이미 현황 조사가 돼 있는 만큼 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