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우로 침수된 차량이 만 대를 넘었습니다. 보험에 가입한 차량 운전자 가운데 자기차량손해(자차보험) 보상에 들어서 신고한 차량 대수만 이렇습니다. 자차 보험에 들지 않은 침수차량까지 포함한다면 이 보다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자연재해로 차량 피해를 입어도 보험사들이 보상을 안 해 줬지만 감독당국의 권고로 제도를 바꾼 뒤부터는 자차보험에 가입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가 수리를 받아도 회복이 안 될 만큼 망가졌다고 정비센터에서 판단하면 사고 당시 차량 가액 만큼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보통 자동차 보험이 1년 단위이기때문에 사고 당시 차량 가액은 보험 가입 당시 차량 가액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보험료 할증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얼마를 보상받느냐를 놓고선 상황이 좀 복잡합니다. 그냥 차량 운전자가 신청한 대로 보험사에서 돈을 다 줄 리 없기때문입니다. 특히 본인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됐다면 지급되는 보험금이 줄거나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폭우에서 대표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차량 유리창 문이 열려 있는 경우입니다. 차량 유리창 문을 열어놓아서 폭우 피해가 커졌다면 보험사에서 본인 과실을 물어서 최악의 경우 보험금 지급이 안 되거나 지급이 돼도 보험료가 할증되는데 침수차량 취재를 하러 폭우 피해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차량 유리창 문이 열려 있는 차들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운전자가 스스로 열어놓았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차량 내 전기장치가 말썽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들이었습니다. 요즘 차들은 첨단 전기장치가 차량 밑 부분에 다 설치돼 있어서 '차량 도난 경보음', '고속주행시 차문 자동잠김' 등 다양한 기능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물이 차 올라서 전기장치가 합선이 되면 차창을 닫으려 해도 작동이 안 되거나 아니면 저절로 차창이나 트렁크 등이 열리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보통 물이 아니라 토사가 차량 내부에 많이 들어와 피해가 커졌을 경우 차창 문이 무엇때문에 열렸는 지가 과실여부를 따지는 기준이 되는데 침수차량 피해자들은 차창 문이 스스로 열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앉게 된 셈입니다. 물론 보험사가 얼마나 야박하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다른 논란 거리는 주차 지점입니다. 이번 폭우 때 침수차량이 워낙 많다보니까 보험사에 긴급 출동 요청을 해도 견인차가 제 때 출동하지 못한 일이 속출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일부 운전자들은 앞서 설명한 전기장치 이상으로 차량이 멈추거나(**이런 사례는 주로 수입차가 많더군요) 차에 물이 조금 찼을 때 도로에 그냥 차를 두고 가면서 보험사에다가 알아서 끌어가라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차구역이 아닌 불법주차 장소에서 발견된 차량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책임소재를 놓고 보험사와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은 분명히 주차구역에 차를 세워뒀는데 물 때문에 차량이 떠내려가 불법 주차 지역에서 발견됐을 때도 최초 주차를 정상적인 곳에 했다는 입증을 운전자가 할 필요가 있습니다. 폭우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 그 지역에 주차를 했다가 침수피해를 입었다면 역시 비슷한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침수차량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보험사가 얼마나 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험금은 다소 시일이 지난 뒤 지급되는 것이고 보험사가 사고 접수를 할 때는 각종 증거를 일단 수집하기 때문에 무조건 순순히 보험금을 준다고 생각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침수 차량 피해로 인한 보험금 대상에서 렌터카 비용은 제외됩니다. 특약에 가입하셨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보통 사고처럼 보험사고 접수를 한 뒤 렌터카 비용을 보험사에서 지급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차량 내 설치된 네비게이션에 대한 보상도 출고 때부터 차량에 부착된 제품이고 보험 가입시 신고를 한 것이라면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