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 겁니다. 이집트 룩소르 피라미드에서 발견되는 석관 속 미라들은 하나같이 영원히 살고자 했던 왕들의 몸부림입니다. 그냥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다시 깨어날 그 때를 대비해 미라가 누워있는 자리에서 뾰족한 천장까지 통로를 만들어 드나들 수 있는 길까지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런 미라의 현대판으로 불리는 '냉동 인간'이 요즘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냉동 보존하다가 소생시킬 불멸의 의술이 개발된 뒤 해동시켜 되살려 낸다는 인체냉동보존술(Cryonics) 개념을 처음 창안했던 로버트 에틴거 박사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주 토요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자택에서 노환으로 아흔 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에틴거가 이른바 '냉동인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차 대전 이후부터 입니다. 연합군으로 참전해 벨기에 아르덴 숲 지역에서 독일군과 전투 중 중상을 입은 에틴거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뼈 이식 수술로 다리를 보존하는 데 성공한 에틴거는 앞으로 의술이 발달하면 신체 일부뿐 아니라 생명을 영구보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공상과학소설' 같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964년 펴낸 책 '냉동인간(The Prospect of Immortality)'에서 에틴거는 "미래 의학이 냉동 보존한 시신을 해동시켜 질병으로 손상되거나 냉동으로 기능이 멈춘 장기를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인체냉동보존술' 개념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런 생각을 실행에 옮겨 1976년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디트로이트에 냉동보존연구소(Cryonics Institute)를 세웠습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연구소에는 현재 1천 명 가까이 가입해 있는데, 2만 8천 달러, 우리돈으로 약 3천만 원을 내면 사망 직후 연구소 직원들이 회원의 시신을 섭씨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 속에 장기 보관합니다. 이 연구소에는 현재 105구의 시신과 회원들이 애지중지해온 애완동물 등 짐승도 70마리 넘게 냉동보관 중입니다.
냉동 탱크 속에서 회생을 갈망하는 시신들 중에는 1977년 사망한 에틴거 박사의 어머니와 먼저 사별한 두 부인도 포함돼 있습니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에틴거 박사는 106번째 고객이 됐습니다. 부활에 대한 이들의 갈망에도 불구하고 미시간 주는 연구소를 '묘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게 '냉동인간'에 대한 일반인들의 회의적인 인식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냉동인간'의 부활은 가능한 일일까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일단 시신을 얼음통에 넣은 뒤 심폐소생기로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해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피를 뽑고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최대한 지연시켜 냉동캡슐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보냅니다. 냉동캡슐이 있는 보조시설에서는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하며 혈액을 모두 제거한 뒤 기관의 손상을 막는 특수 액체를 넣습니다.
물론 특수 액체라고 해서 냉동 과정에서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1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가득 차 있는 뇌입니다. 온도가 급속히 떨어지면 물이 얼음으로 바뀌면서 부피가 10%가량 증가해 세포 구조를 파괴하는 '결빙 현상' 때문인데, '나노 기술'이 세포 소생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미세한 기계가 해동 중인 인체 내에 투입되어 수조 개에 이르는 세포들을 하나하나 복구한 다음 환자를 소생시키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수십 나노미터(nm) 크기의 로봇팔들이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골라내기와 붙이기를 무수히 반복한다면 가능하긴 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수준의 '나노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냉동 인간이 소생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아직 사람에게 해동 기술이 적용되지는 못했지만 이미 쥐를 동면시켰다가 부작용 없이 깨어나게 하는 실험이 성공리에 이뤄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과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 연구팀은 쥐를 '황화수소'(H2S) 80ppm이 주입된 공간에 넣고 인공 동면상태로 만들었다 다시 깨어나도록 했습니다.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도 활발합니다. 극지연구소라는 곳에서는 극한의 추위에서 생존하는 극지 생물들이 얼어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주목해 극지 생물들이 '결빙방지 물질' 또는 '부동 단백질'이라고 부르는 천연동사방지 물질을 지녔음을 밝혀냈습니다. 이 물질과 그 메커니즘을 활용해 작은 생물이나 장기 등을 냉동보관할 수 있다면 냉동 인간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냉동인간'이 허황된 얘기만은 아니라는 분위기 속에 얼마 전에는 급기야 '냉동인간' 부활을 놓고 거짓말 논쟁이 불거지까지 했습니다.
플랭클린 원정대의 일원으로 1845년 북극지방을 탐험하던 중 사망한 탐험가 존 토링톤 관련 소문입니다. 1983년 북극에서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존 토링톤의 시신은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보존돼 있어 냉동 인간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피부조직 샘플만을 체취한 뒤 시신을 그 자리에 다시 매장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냉동 인간을 연구하는 독일의 리히터 박사팀이 비밀리에 시신을 꺼내 연구를 계속했고, 최근에는 존 토링톤의 시신이 부활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온 것 입니다.
리히터 박사팀은 존 토링톤이 다시 살아나 숨을 쉬며 주변을 의식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고 주장했지만 어쩐 일인지 부활한 모습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진실 여부에 대한 의혹이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과학이 쉼없이 발전한다면 '냉동인간'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 날이 오면 시간을 이동하는 '타임머신'도 필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냉동인간'의 부활이 가능해진 세상이라고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요? 인간이 죽지 않는 영생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만일 그 세상이 인간성이 말살된 지옥과 같은 곳이라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깨어남을 거듭해야하는 '좀비'같은 존재가 되어 그리스 신화속 시지프스처럼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