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에 시간당 최고 100㎜에 이르는 폭우가 내리면서 쪽방촌과 판자촌 주민들의 불편과 시름이 커져가고 있다.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은 빗소리만 들릴 뿐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적막감이 흘렀다.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에 노심초사하던 일부 주민들은 이따금 밖에 나와 호우 상황을 살폈다.
쪽방촌 집들은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서 평소 비가 샐 정도로 호우 상황에 취약해 계속해서 비가 올 경우 집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주민들은 비가 새는 곳마다 양동이를 두고 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일부 가구는 방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기본적인 방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민 이모씨는 "장마철에 물이 새 방 안에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젠 집 전체가 물에 잠길 판이다"고 말했다.
비좁은 골목을 따라 곳곳에 물이 발목까지 찼으며 비가 더 올 경우 물이 집 안에 들이닥칠 기세다. 집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조치를 취한 곳은 없다.
주민 김모(51)씨는 "작년처럼 비가 와 하수구의 물이 역류할까봐 불안하다"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도 구청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도 비로 집이 다 잠겼을 때 펌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바가지로 물을 퍼내야 했다"며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피해상황을 점검하러 다니던 김성남(61) 통장은 "아직까지는 특별한 비 피해는 없는 것 같다"며 "침수에 취약한 지역인 만큼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우로 큰 피해가 난 강남에 위치한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도 1천200여가구 중 500여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곳 주민 200여명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을 피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비가 잠시 잦아들자 일부 주민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물을 삽과 양동이 등으로 퍼내고 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피해 복구에 나섰다.
주민 이모 씨는 "집 내부와 집기가 다 젖어서 당분간 집에 가지도 못한다"며 "청소하고 가재도구를 다 말릴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