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 펜 당수가 언어권 간 갈등으로 1년여째 '무정부 상태'에 있는 벨기에의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벨기에인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22일 일간지 르 수아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르 펜 당수는 벨기에 독립기념일인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벨기에가 프랑스어를 쓰는 왈롱지방과 네덜란드어권인 플랑드르로 쪼개질 경우 왈롱이 프랑스의 새 영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르 펜은 "현재 그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만약 플랑드르가 독립을 선언하고 벨기에가 갈라지면 프랑스는 왈롱을 환영하며 품에 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자에게 매우 적대적인 FN을 이끄는 르 펜은 "외국인이 낯선 자가 아니고 (프랑스 민족인) 골족이고 프렌치 프라이(감자튀김)와 홍합탕을 즐기며 프랑스어를 쓰는 이웃"이라면서 양측이 공유하는 형제애와 역사적 관계가 강하기 때문에 프랑스는 왈롱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또 "프랑스인은 벨기에의 현 상황을 즐거워하지 않고 벨기에인과 함께 걱정하고 있으나 지금 왈롱에 손을 내미는 것은 프랑스와 프랑스인의 책임"이라면서 "만약 그런 계획을 양국 국민투표에 부치면 통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 펜의 이런 발언이 22일 알려지자 벨기에인들은 망언이라고 규탄하면서도 지난해 총선 이후 404일째인 이날까지 언어권 간 갈등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무정부 상태 세계기록'을 이어가는 현실에 착잡해 했다.
프랑스어 지역 최대 일간지인 르 수아르는 "르펜이 민족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으로 플랑드르 분리독립주의자들을 부추기는 것이자 바스크와 코르시카 등 유럽 전역의 분리주의자들은 기뻐 날뛰게 할 말"이라고 비판했다.
르 수아르는 또 "왈롱이 프랑스 일부가 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원래 하나였던 나라인 독일을 제외하고는 언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두 나라 국민이 하나로 통일된 전례가 없다"면서 "왈롱인들은 자부심이 강해 그런 저급한 생각에 귀기울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합병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감정적으로만 대응하지 말고 일단 토론은 해볼 수 있다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적어도 이를 플랑드르와 합의를 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삼아 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8개 주요 정당 지도자들은 독립기념일인 22일 밤 6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 끝에 일단 연정 구성을 위한 '정치 개혁 협상 의제와 일정'에 합의했다. 이 회의엔 왈롱과 플랑드르에서 각각 4개 정당이 참여했다.
플랑드르 지역 최대 정당이자 가장 강경한 분리독립 노선과 자치권 확대를 요구해온 신(新)플랑드르연대'(N-VA)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플랑드르 지역 제2당이자 N-VA와 유대가 강한 기독교민주당(CD&V)이 N-VA가 연정협상에 불참해도 단독으로 협상에 응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년여 동안 협상이 수없이 되풀이됐으나 이날 합의는 연정 구성에 대한 기대를 어느 때보다 높이는 것이라고 벨기에 언론은 보도했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