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약국에서만 살 수 있었던 박카스와 까스명수 등의 슈퍼마켓·편의점 판매가 허용됐으나, 제약업계의 여러 현실적 문제로 당분간 약국 외 일반 소매점에서 이들 제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공포하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액상소화제·정장제·외용제 중 박카스 등 48개 품목을 의약품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제약사들은 대부분 "당장 슈퍼마켓 등에 물건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약외품 전환의 최대 수혜 품목으로 꼽히는 박카스를 생산하는 동아제약의 경우, 생산 능력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동아제약 천안 공장에서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박카스는 3억6천만병 정도인데 이미 약국에 들어가는 물량만 연간 3억5천만병이 넘기 때문에, 추가 증설을 하지 않는 한 일반 소매점에 공급할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슈퍼마켓 판매와 관련) 협조 요청을 받았으나, 현실적으로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현재 약국에 들어가는 물량 가운데 일부를 돌려 슈퍼마켓 등에 내놓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현재로서는 박카스의 슈퍼 판매가 가능한 시점을 말하기가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약업계로서는 가장 크고 오래된 유통 채널인 약국·약사들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미 까스명수의 삼성제약은 슈퍼 판매와 관련, '해프닝' 같은 소문 하나로 큰 홍역을 치렀다.
20일 복지부와 제약사 간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제약이 복지부의 슈퍼 판매 권고에 동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자, 일부 약국들로부터 "까스명수를 팔지 않을 테니 가져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
삼성제약 관계자는 "이 같은 약국의 민감한 반응을 살펴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유통채널 구축 등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 역시 생산능력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이번 의약외품 전환으로 당장 현재 방영되는 TV 광고도 손봐야 할 처지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카피(광고문구) 때문인데, 이날 진수희 복지부 장관까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광고는 이제 틀린 광고가 되는 것"이라며 "그래도 그 광고를 계속한다고 했을 경우에는 규제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카피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지금까지 화면 하단의 용법·용량의 경우 의약품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는 만큼 삭제한 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심의 결과 복지부가 지적한 대로 약사법 위반 등에 해당할 경우, 결정을 존중해 광고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