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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민 노리는 마이너스 대출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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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 빚 800조 원을 넘어 이제 1000조 원 시대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가계대출 뉴스를 다뤄봤지만, 마이너스 대출은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늘어나는 빚'을 가장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의도, 금융기관이 집중돼있는 곳이죠.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00증권, 00은행 할 것 없이 사무실 안에서 직원들에게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10명 중 9명은 갖고 있더군요. 오히려 마이너스 통장을 쓰지 않는 사람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즐겨(?)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잔고가 없어 돈을 인출할 수 없는 쪼들림이 싫어서 통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는 일단 당장 돈이 없어도 쓸 수 있다는 장점에 많이들 애용하고,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신용카드도 한달 뒤면 결제일이 돌아오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마이너스 잔고가 빚으로 계속 늘어날 뿐 당장 갚아야 하는 부담 자체가 없습니다. 만기가 돌아오면 계속 연장이 가능하고, 한도 안에서는 돈이 생기면 다시 채워넣고, 모자라면 또 자유롭게 쓸 수 있죠. 이런 유혹이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나 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을 살펴봤더니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증가세였습니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금융권 전체 마이너스 대출 규모를 보니 무려 238조 원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4월 한 달 3.3조 원 늘었던 데 비해 5월에는 2.1조 원 늘어 증가세가 상당히 완화됐는데, 마이너스 대출은 4월 1.4조 원 증가에서 5월 3.5조 원 증가로 증가폭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체 가계대출이 5월 한 달간 5.4조 원 늘었는데 마이너스 대출만 3.5조 원 증가했으니, 마이너스 대출이 가계 빚 증가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5월이 가정의 달이라 가족들 선물 사느라 지출이 늘어 살림살이가 더 빠듯해지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난히 많이 늘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대부분이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의존한다고 하는데, 제가 인터뷰한 사례는 아이들 학원비가 부족해 한 달에 30, 40만 원씩 빌려 쓰다가 2년이 지나 보니 빚이 천만 원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사교육비로 가계 경제가 타들어가는 대한민국 가정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죠.

소득은 늘지를 않는데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니 마이너스 대출이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카드론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금서비스 등 다른 돈줄이 막히면서 마이너스 대출이 더 늘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대출은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적어도 1.5%포인트, 일반 신용대출보다는 0.5%포인트 이상 비쌉니다. 또 급하다고 자주 이용하다보면 불필요한 소비 습관이 들어 어느새 큰 빚으로 불어나고, 갑작스런 상환부담으로 닥쳐올 수 있죠.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대출을 쓸 때도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사실 잊지 마셔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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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실 마이너스 대출을 쓰고 있는데요, "마이너스 쉽게 보다가, 마이너스 인생 면하기 어렵다"고 한 선배가 반 농담조로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조금씩 쓰고 쓰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갚을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리면 평생 빚을 지고 갈지도 모르는 거죠.

마이너스 대출은 실제로 돈을 쓰지 않아도 전체 한도만큼이 대출액으로 간주돼, 다른 대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시죠? 최소한 여러분들은 마이너스 대출의 장단점 기억하시고 합리적인 소비에 활용하되,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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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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