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비에 방송은 물론 신문이나 인터넷 등 각종 매체들을 보면 하나같이 올 장마를 두고 기록적인 장마라며 많은 분석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내용이 한결같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마치 운동 경기를 생중계하듯 들떠 있으니 말입니다.
올 장마기간에 쏟아지는 비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은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고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한반도가 둥둥 떠 내려갈 정도가 아닌 것 또한 사실입니다. 평소 준비해 온 수방대책을 원칙대로 충실하게 수행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수준인 것입니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잘 대비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죠.
"올 장마 기록을 중간 점검해 보니..."올 장맛비가 얼마나 많은 양인지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나서봅니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틀 정도 후면 비도 멈출 것 같아 대략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우선 서울을 예로 들겠습니다. 서울에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수)까지 내린 비의 양을 모두 합하면 694mm입니다.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많은 양인데요,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이 300에서 400mm 사이인 것을 고려하면 평년보다 2배 가까운 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의 기록을 살펴보면 올 장맛비가 그렇게 경천동지할 만한 비는 아닙니다. 우선 강수량을 놓고 따져보면 장맛비가 가장 극악스럽게 내린 해는 지난 2006년인데요, 기억이 잘 나지 않겠지만 당시 서울에 기록된 강수량이 무려 1,068.4mm입니다.
불과 2년 전인 2009년에도 658.5mm의 장맛비가 기록됐고요, 2001년에도 852.1mm라는 엄청난 양의 장맛비가 쏟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마른 장마가 자주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많지 많았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2000년대 들어 강수량이 획기적으로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0년대 후반에도 장맛비가 많았는데요, 1987년에는 858.6mm의 비가 내렸고 1990년에는 876.9mm의 강수량이 기록됐습니다. 모두 올해보다 150mm 이상 많은 강수량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강수량이 평년치의 두 배를 웃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은 비교 대상인 평년값 자체가 지난 30년을 평균한 값이어서 최근의 추세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이어진 강수일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경우 올 장마 기간 동안 비가 내린 날은 모두 17일인데 2009년 장마 때도 17일 동안 비가 내렸고 2008년에는 21일, 2007년에는 23일, 2006년에는 무려 30일 동안 비가 왔습니다. 1,000mm가 넘는 기록적인 비가 쏟아진 2006년에 한 달 가까이 비가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평년의 6배라느니, 관측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느니 하는 엉터리 분석이 난무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 언론의 조급증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농구 경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반전이 끝난 상황에서 점수가 53대 26이었다면 아직 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상 최대의 점수차라느니 통렬한 승리라느니 하는 평가가 가능할까요? 어림없는 일이겠죠.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울릴때까지는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자료를 제공하는 기상청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자료가 지닌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기 않고 보도자료 건수에만 신경을 쓰는 면이 있기 때문이죠. 최근 예보가 잘 맞는다는 칭찬이 이어지면서 너무 들뜬 나머지 악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뒤돌아봤으면 합니다.
장마,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국민들에게 너무 불안감만 주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냉정한 분석을 내 놓았으면 합니다. 저부터 더 반성하고 날씨기사를 다루는데 조금 더 신중을 기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