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 3차 회의에서 전문약과 일반약 간의 재분류 문제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맡기기로 결정한 배경은 약심이 이익단체 간 밥그릇 싸움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약심은 3차 회의에서도 약사회가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도입에 대해 논의를 거부하는 바람에 1시간 넘게 위원 변경을 위한 안건 외에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1차 회의 이후 2주간 3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약계와 의료계 위원들이 소속단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견해만 되풀이하면서 애초 복지부가 회의를 소집한 목표인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처럼 약심의 논의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분과위원회의 성격과 구조적 한계 탓이 크다.
약계와 의료계가 4명씩 전체 위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약심의 틀에 기대서는 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환자와 소비자의 안전성과 편의성보다는 이익단체 간의 나눠먹기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의약품 구매 불편을 해소할 대책을 찾지 못하자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회의를 소집했으나 결국 의료계와 약계 간의 갈등만 키움으로써 국민의 피로감만 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약사회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일반약의 슈퍼마켓 판매'보다는 단체에 이익으로 작용할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이 회의의 주요 사안이라며 쟁점을 돌리는 데 총력을 쏟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회의를 소집한 복지부가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에 따른 안전성과 편의성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두 이익단체의 합의만을 기대하는 모양새로 비침으로써 정부 부처로서 책임 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식약청이 구체적인 통계와 각국의 현황, 그리고 안전성 여부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앞세워 앞으로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 신규로 도입될 '약국 외 판매 의약품' 항목에 새로운 품목을 분류하는 구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가 좀 더 국민의 안전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식약청은 일단 향정신성의약품과 고혈압치료제, 항암제 등 특정 의약품을 제외한 총 2만1천748개 품목의 전체 의약품에 대해 해외 사례와 안전성 정보를 토대로 재분류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약심과는 달리 의약품의 3분류 체계에 따른 품목 분류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전문가 회의체를 구성해 이익단체의 입김을 배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이 향후 의약품 재분류 업무를 맡더라도 향후 재분류가 순탄하게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약과 전문약의 분류 기준이 추상적인 데다 이익단체들이 저마다 의약품의 통제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식약청으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일반약의 분류 기준으로 '부작용의 범위가 비교적 좁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라고 제시돼 있지만, 부작용의 범위가 좁다고 판단할 잣대를 어떻게 들이대느냐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2000년 의약단체 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식약청이 분류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두 단체가 합의해주지 않는다면 재분류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추가적인 재분류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