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5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겨우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사건발생 4개월여만인 24일 국내 첫 해적재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날 부산지법 301호 대법정에 출석한 선원은 김두찬 갑판장을 비롯한 4명.
총칼로 자신들을 위협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았던 해적 앞에 서야 했던 선원들은 재판부에 해적이 없는 상태에서 증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만큼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증인석과 피고인석 사이에 칸막이를 설치해 서로 얼굴을 보지 않도록 하고, 증인이 법정에 드나들 때 피고인이 자리를 피하도록 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원칙적으로 서서 하는 증인선서는 피고인과 대면을 막으려고 앉아서 하도록 배려했다.
가장 먼저 증인석에 앉은 김두찬씨는 2시간가량 진행된 신문 내내 착잡한 표정을 지었고, 긴장한 듯 간간이 한숨을 내쉬거나 생수를 들이켰다.
또 검찰과 변호인이 해적의 신원확인을 위해 수차례 사진을 보여주자 "사진도 보고 싶지 않다"며 괴로운 듯 고개를 돌린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김씨는 이어 "해적들에게 맞아 이가 8개나 빠졌고, 지금도 잠을 제대로 못 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선사) 어디에서도 나를 받아주지 않아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하소연한 뒤 "피고인들이 사형까지도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납치 당시 상황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에는 또박또박 대답했고, 특히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혐의를 받는 마호메드 아라이에 관한 기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3등 항해사 최진경씨는 "해적들이 인간방패로 내세웠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으며 "1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앞으로 다시 배를 타야 하는데 겁이 난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씨도 아라이의 옷차림새에 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해냈고,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울 때 아라이가 총을 겨눴던 것을 사진을 보면서 정확하게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국어-영어-소말리아어'로 이어지는 순차통역 때문에 재판이 오래 걸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헤드폰을 쓰게 하고, 동시통역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재판진행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덕분에 배심원은 중요사항을 메모해가며 재판에 집중하게 됐다.
배심원들은 이례적으로 재판부에 궁금한 사항을 질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또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해적 4명의 국선 변호인을 각각 1명씩 추가로 선임하고, 미국 변호사인 김케빈씨를 영어 통역인으로 추가 선정했다.
검찰은 이날 배심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자 평소와 달리 법복을 벗고, 정장차림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일반 방청석은 첫날과는 달리 절반 이상이 비는 등 관심이 많이 떨어진 듯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