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폭적인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현실성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약속은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황 대표가 언급한 '반값등록금'도 2006년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정책 공약이었다. 현재 교육부 장관인 이주호 의원은 당시 국가장학재단을 통해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번에 반값등록금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대 대학생들과 이들 자녀를 둔 40, 50대 부모층에 등록금 부담이 너무나 큰 고통이라는 것을 여당이 또 한번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변에 대학생들 가운데 등록금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뛰거나 학자금 대출받는 사람은 이제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 중고등학교 과외 때문에 허리띠 졸라매던 부모들, 아이들 대학보내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대학 등록금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대학교와 대학원 등록금(납입금)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 교육비 상승률은 22.8%를 기록했다.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교, 대학원, 전문대학 등록금은 모두 30% 정도나 되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체 물가상승률이 16%니까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줄이고 싶어도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내고 있다. 대학생 자녀 둘 있으면 평균 가계소득의 3분의 1은 오롯이 등록금으로만 쓸 정도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2천415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금융조사에서도 가계의 생활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항목에 대해 7.9%가 학교등록금이라고 답했다. 식료품비, 사교육비, 병원비, 대출금 이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항목이다.
유치원 납입금은 지난 5년간 무려 44.2%가 올랐고, 초등학교 보습학원비는 26.5%, 성인 외국어 학원비는 25.4%, 취업학원비는 25.5%가 오르는 등 우리 가계는 아이들을 낳고 키우기 시작한 후 20년 넘게 너무나 많은 교육비 부담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
이렇게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국민 전반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내수업종 중에 교육산업만 살찌울 뿐 다른 씀씀이를 모두 줄이기 때문에 균형잡힌 성장에 불리하며, 궁극적으로 부모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무엇보다 돈 있는 가구와 돈 없는 가구 사이에 교육 기회에 차이가 생긴다는 점에서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여러가지 사회적 악영향을 야기한다.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재원 마련이 요원하다며 논의 시작부터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로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사안이면 단순히 초등학생에게 밥을 공짜로 주고 말고, 우유를 주고 말고의 문제보다 더 깊숙하게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정도의 차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부담의 차이가 대학등록금의 경우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대학생들과 부모들의 반응은 "포퓰리즘이어도 좋으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할 정도로 절박하다. 주장이 나올 때마다 결국 재원 마련이 안 됐다거나, 또는 대학 등 관련 이해집단의 반대에 부딪혀서, 이것 저것 핑계를 대며 흐지부지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그에 대한 실망감이 누적돼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라는 의구심 섞인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지 대학등록금이 적정 수준을 찾아가야 한다는 논의 자체에 의문 부호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좀 생뚱맞은 비유일 수도 있지만, 대학 반값등록금 추진을 무조건적으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들을 보니,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일화가 떠오른다. 무리하다 싶은 계획에 대해 임원이 '이러이러한 변수들, 이러이러한 제약요건을 고려해 볼 때 쉽지 않을 것 같다' 고 보고하면 정 회장은 "해봤어?"라고 한마디 던졌다고 한다.
결코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반값을 목표로 추진하다보면 20~30%라도 낮출수 있지 않을까. 정치권, 정부, 학계의 지혜를 모아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