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의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서민들이 대부분인데, 백화점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4월 매출을 보면 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 두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유를 보면 단연 '명품' 매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백화점에서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 그런데 이 명품 매출이 4월에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 43%나 껑충 뛴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명품 사랑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유독 4월에 이렇게 급신장한 이유는 뭘까?
'샤넬'이란 브랜드 때문이란다. 샤넬은 5월 1일을 기해 6개 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는데, 가격 인상 전에 미리 가방을 사두려는 '사재기' 수요가 몰렸다는 것.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에 '사재기'라는 말이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는데, 현실은 현실이다. 특히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으로 갈 중국이나 동남아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들면서 이들의 명품소비가 상당히 늘어난 것도 한몫 했다.
명품 핸드백 가격을 올리자 한국으로 사서 들어오는 반입량도 급증했다. 올들어 4월까지 여행자 면세한도를 초과해 세관에 적발된 주요 물품을 보면 우리나라의 '명품 선호'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핸드백은 무려 2만35건이 적발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9%나 급증한 것이다. 이 역시 샤넬이 5월에 가격을 전세계적으로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전에 해당 핸드백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이른바 '샤넬 효과'를 톡톡히 본 사이, 대형 마트 매출은 4.6% 증가해 한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대형 마트는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55%) 식품 분야 매출이 5.7% 증가에 그친 것이 부진의 원인이다. 식품 물가가 계속 오름세인데도 매출 증가세가 주춤하다는 것은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사람들이 절약 소비,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다.
항상 귀결은 '양극화'라는 진부한 결론에 도달하긴 싫지만, 현상은 현상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십분 누리는 사이에, 대다수의 중산층은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존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백화점의 월매출이 유독 증가한 게 특정 명품 브랜드 때문이라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좀 씁쓸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