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학력에 걸맞는 일자리 찾는 제가 잘못인가요?"

고학력 속 청년실업문제 날로 심각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청년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졸실업자는 2002년 22만 명 수준이던 것에서 지난해 34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회복 추세 속에 전체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는데 청년층 실업률은 고공행진이다. 2007년 7%대였던 청년 실업률 현재 8.4%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청년실업 관련한 취재차 만났던 한 대학원 졸업 학생. 국내 상위권 인문대를 졸업하고,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해 활동도 많이하고 자격증도 땄지만, 본인이 원하는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줄줄이 미끄러졌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 졸업하면 더 넓은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오히려 더 좁아졌다. 주변 선후배들 가는 직장들 보면 더 위축된다는 그 학생, 취업하기 너무 어렵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언론에선 자꾸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학생들이 문제라고 하는데, 현실성이 있나요? 내가 10위권 대학을 나왔는데 주변 친구들, 부모님 시선이 있는데 어떻게 이름도 모르는 회사를 가느냐... 학력에 맞는 일자리 찾는 제가 잘못인가요?"라고. 별다른 말을 들려주지 못했다. 그저 잘 하라는 말 밖에는.

왜냐하면 일자리 문제는 공적인 영역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 사회적으로 좋은 직장을 성공의 잣대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한, 자신이 외부 시선에 의해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아무리 눈높이를 낮춰가라 가라 해도 차라리 그냥 노는게 낫다는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

또 학생들은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사회에 나가 첫 직장이 향후 직업 선택의 폭과 방향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즉 첫 직장으로 소위 일컫는 좋은 직장을 가게 되면 거기서 나오더라도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지만, 처음 중소기업에 발 디디면 계속 거기서만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를쓰고 좋은 일자리에 매달린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대학진학률은 계속 높아져 대졸자는 늘어나는데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고학력에 걸맞는다고 평가받는 일자리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문제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중소기업 일자리 불일치가 바로 이런 고학력자 양산이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 대기업 등 청년층 선호일자리는 1995년에 412만 개였다면 지난해엔 372만 개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대학진학률은 50%대에서 85%에 육박하게 올라가면서 대학졸업자 숫자도 33만 명에서 56만 명으로 23만 명 증가했다.

이런 대졸자 대규모 양산은 고졸 취업자들에게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눈높이 때문에 그냥 노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은 눈높이를 낮춰 하향 취업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3월 기준으로 대졸 취업자는 954만 명으로 고졸 취업자 950만 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성인인구는 고졸이 대졸보다 200만 명 넘게 많은데 취업자 수는 대졸이 많다는 건 고졸자들이 그만큼 실업으로 내몰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졸자를 밀어내고 취직한 대졸자들, 열심히 만족스럽게 일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내 자리가 아니라는 착각을 지우지 못하고 직무만족도는 떨어지고 이직도 잦다. 결국 대졸자, 고졸자, 해당기업 모두가 불행한 셈이다.

청년실업문제, 고용시장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처럼 딱딱 맞춰서 이렇게 조정하고 저렇게 조정해서 할 수 없는 문제다. 소프트한 접근도 필요하고, 큰 틀의 고용정책 변화도 필요하고, 사회적인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진 않겠지만 계속 시도해야 한다.

광고
광고 영역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는 그동안 교육비로 투자한 돈이 사회적으로 환원되지 못하니 기회비용이 너무 커 산술적으로 사회적 손실이 엄청날 뿐 아니라, 사회 부적응자를 양산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게 되는 등 비산술적인 폐해도 상당하다. 일자리 고갈에 청년층 민심이 돌아서면서 최근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흔히 우리는 일본을  '중소기업 강국'이라 하면서 몇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독창적인 기술로도 강소기업이 될 수 있는 문화를 칭송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에 이르고, 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중소기업들은 언제쯤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을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정호선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