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통일기금·통일세를 놓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12일 통일부의 '통일준비공론화사업'의 하나로 사단법인 전국대학통일문제연구소협의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주최한 학술회의에서 "통일비용이 지금까지 추론된 규모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통일이 가시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대규모의 통일기금을 적립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통일기금의 명목으로 현금을 쌓기보다는 우리 경제를 양적·질적으로 튼튼히 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통일이 언제 올지, 어떻게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사이의 기회비용을 내면서 통일비용을 미리 모아놓자는 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라며 "통일기금이 가정하는 '급작스러운 통일'이 닥쳤을 때 일어날 위기는 외국투자금의 회수, 주식폭락 등 통일기금 유무와 상관없이 나타날 일들로 이를 통일기금 조성으로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북한지역의 경제수준을 남한지역의 수준과 비슷하게 만드는 통일과정은 단순히 화폐가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물자가 투입되는 것"이라며 "통일비용은 소모적인 비용이 아니며 남한지역 경제의 성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통일비용은 우리의 경제상황에 따라 부분·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신축성 있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서로 다른 체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재원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이날 "남북한이 단일 체제 및 제도통합을 이룩하는 데는 천문학적 통일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후유증 없는 남북통합은 통일과정을 주도할 우리가 상당한 규모의 통일재원을 마련할 때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통일재원 마련을 위해 통일세 신설 등 조세 증가, 통일기금 마련, 해외자본 유치, 국제기구의 지원금 활용 등 조달방안을 총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통일세 징수와 통일기금조성은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연합뉴스의 박정찬 사장은 환영사에서 "남북간 격차를 인정하고 이것을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며 "국민들 사이에 만연해있는 통일 피로감을 어떻게 치유하고 어떤 모습으로 통일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지혜도 지금부터 모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