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범정부 TF가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로 출범한 가운데, 어떻게 감독 검사 체계를 바꾸면 좋을지 각계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 한국은행 총재부터 금통위원, 전문가 등은 일단 공통적으로 부실감독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해법과 관련해서는 각자의 입장이 반영된 서로 다른 견해들도 등장하고 있어 최종 혁신안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다.
일단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의 유착을 끊는 일이 급선무. 금감원 출신이 감사로 가서 감독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근본 문제기 때문에 상근 감사를 없애는 것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안이다. 상근 감사가 사내이사를 하면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뒷일을 봐주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감사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견제하게 하자는 것.
또 감독기관의 상근 임직원이 퇴직 2년 내에 금융기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한 기간을 3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것이 '한국은행에 조사권을 줘야 하느냐' 라는 문제. 왜냐하면 이번 문제로 다시 불거지긴 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금감원과 한국은행 사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조사권을 공유하는 것을 놓고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던 사안이다. 금감원은 한국은행에 조사권을 주는 것은 금융기관들에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워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고,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듯이 중앙은행이 감시감독 역할을 병행해야 위기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한국은행을 관장하는 국회 기재위는 한은에 은행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부여하고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자료제출 요구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금감원을 관장하는 정무위의 반대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있는 상황.
그러다 금감원의 부실감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한국은행으로서는 이 주장에 다시 힘을 실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박승 한은 전 총재는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경쟁자와 견제자의 부재에서 이번 문제가 비롯됐다"며 "통합감독체계의 틀은 유지하되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검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금융 사건이나 사고는 매우 급하게 흘러가기 마련인데 한은이 공동검사를 나가려면 금통위를 열어 의결받고 금감위에 요청하고 하면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적절한 대응이 불가하다는 것. 실제로 농협 전산장애 사고가 발생한 후 한은이 검사에 나간 것은 닷새 후였다.
반면 금통위원, 금감원 부원장보를 거친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엔 반대했다. 현재 공동조사권이 있는 만큼 일상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피검사기관 부담만 늘리며 한은은 지난 10여 년 간 감독기능을 하지 않아 축적된 노하우가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일부에서는 아예 금감원에는 감독권을 주지 말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것을 단죄하는 것과 금감원과 같은 전문성 가진 기관을 아예 감독을 못하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쨌든 앞으로 상당기간 금융감독기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텐데, 결국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 돼야 한다. 여기가 못미더우니 저기를 주자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서는 결국 또다른 문제를 잉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