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민간인에 탱크 포격…그 아버지에 그 아들

'부전자전' 시리아 독재자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마침내 시위 진압에 탱크까지 동원했습니다. 목격자들은 중부 홈스와 남부 하라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 탱크 포격이 날아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실탄 발포에도 시위 열기가 가라앉지 않자 급기야 전쟁에나 동원해야 할 탱크 포격까지 서슴지 않은 것입니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11일 하루에만 군대의 무력 진압으로 최소한 19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합니다. 한 인권운동가는 "탱크 포탄의 폭발음과 중기관총의 발사음으로 지축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리아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바샤르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전임자인 하페즈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탄식이 절로 나올 것입니다. 하페즈는 1970년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쥔 이래 무자비한 철권 통지를 휘두르다 지난 2천년에 아들 바샤르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숨진 인물입니다.

하페즈가 국제적으로 악명를 떨치게 된 계기는 집권 12년째인 지난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부 하마라는 곳에서 수니파가 차별 대우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자 곧바로 군을 동원해 무차별 탱크 포격을 지시합니다.

자신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최루탄이나 물대포가 아닌 탱크 포격으로 한 지역에서 무려 2만 5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무지막지한 진압 방식에 시위는 바로 사그러들었고 하페즈는 눈을 감을 때까지 잔인한 독재자 랭킹에서 우간다의 이디 아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으니 바샤르가 궁지에 몰리자 탱크 포격을 지시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연스런 일일 것입니다. 영국에서 교육 받은 안과의사 바샤르는 지난 3월 중순 반정부 시위 개시 이래 내각 개편과 비상 사태 해제 등 나름의 정치 개혁안을 제시하며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잇단 양보에도 시위대가 자신의 퇴진을 정면으로 요구하며 시시각각 목을 죄오자 결국 아버지 방식으로 정면 돌파해야 겠다는 판단에 도달한 듯 합니다. 무자비한 탱크 포격이 잠깐은 시위대를 위축시킬지 모르지만, 두 달 가까이 무려 8백 명 가까운 희생자를 내고도 날로 확산되고 있는 시리아 국민의 민주화 열기를 끝내 잠재우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터넷과 위성방송의 발달로 더 이상 정권의 만행을 이전처럼 쉬쉬하며 감출 수 없는 데다 이웃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 혁명이 갖은 탄압에도 결국 성공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시리아 민중, 특히 젊은층의 자신감과 사명감이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민주 기자 기자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