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당시 상황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진실을 둘러싼 의문과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초기에 현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급하게 발표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AP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을 토대로 미국 정부가 말을 바꾼 핵심 사안들을 정리했다.
◇빈 라덴, 무장했나 안했나?
백악관은 작전 직후인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AK소총으로 무장한 채 격렬히 저항하면서 총격전에 개입했다고 밝혔으나 이튿날 그가 미 특수부대 요원들과 맞닥뜨렸을 때는 비무장 상태였다고 말을 번복했다.
이로써 그의 사살의 정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국가 자위권 차원의 행동으로 이번 작전은 합법적"이라며 "만약 빈 라덴이 항복을 했거나 항복하려 했다면 분명히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지만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었고, 결국 사살은 적절했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 사이에선 당시 빈 라덴이 있던 방에 AK-47 소총 등이 있었으며 그가 무기를 움켜잡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격렬한 총격전 있었나 없었나?
미국은 당초 작전 과정 내내 치열한 교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양측간 총격이 오간 것은 단 한 차례 뿐이라는 주장이 이후 나왔다. 이는 빈 라덴 사살의 정당성과도 연결되는 문제여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 관리들은 특수부대의 작전 돌입 직후 손님 숙소 뒤편에 있던 빈 라덴의 연락책 아부 아흐메드 알쿠웨이티가 총을 쏘며 저항했으나 결국 미군의 총에 숨졌으며, 이것이 이날 작전과정에서 일어난 유일한 교전이었다고 전했다.
빈 라덴이 있던 집안에서는 누구도 미국 특수부대에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아내를 인간방패로 사용했는가?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지난 2일 "은신처에는 가족이 있었고 여성 한명이 있었다. 이 여성은 빈 라덴을 보호하는 방패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또 그 여성은 빈 라덴의 부인 중 한 명이라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빈 라덴이 여성을 인간방패로 삼았는지는 불확실하며 빈 라덴의 부인은 다리에 총을 맞았지만 숨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여인은 다섯째 부인인 아말 아흐메드 알사다로 확인되고 있다. 알사다는 빈 라덴이 사살될 위기에 처하자 미군 특수부대원에게 달려들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이후 전해지고 있다.
브레넌 보좌관은 처음에 빈 라덴이 부인을 인간방패로 삼았다면서 "이는 지난 수년간에 걸친 그의 이야기가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빈 라덴이 비겁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군은 빈 라덴 곧바로 사살했나, 생포한 뒤 가족들 앞에서 죽였나?
미국 정부는 빈 라덴이 저항해 사살했다고 밝혔으나 미군이 당시 빈 라덴을 생포한 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사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는 4일 파키스탄 정보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 "지난 1일 미군의 작전 당시, 현장에 있었던 빈 라덴 딸(12)의 진술에 따르면 미군은 1층에 있던 빈 라덴을 사로잡은 뒤 가족들 앞에서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한 관리는 가디언에 빈 라덴의 딸이 아버지가 사살되는 것을 봤으나 당시 빈 라덴이 생포된 상태였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빈 라덴 제거작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파키스탄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이같이 밝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카니 대변인은 이와 관련, 작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이미 밝혔던 내용 이상으로 더 얘기하지 않겠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 작전상황 실시간으로 봤나?
브레넌 보좌관은 2일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이 작전 개시부터 종료 때까지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작전 중 20-25분간 영상 수신이 끊겼고 "(요원들이) 현장에 접근하는 장면은 봤지만 실제로 건물 안에서 진행되는 작전의 (영상) 정보를 직접 접하지는 못했다"고 말함으로써 오바마와 참모진이 빈 라덴 사살 등 중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