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울타리 없는 화장실은 인간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웨스턴 케이프 법원은 29일 시당국이 울타리가 없는 화장실을 설치한 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헌법 규정을 침해한 것이며, 가난한 사람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한 헌법 상의 책무를 시 당국이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소송 대상이 된 빈민촌 마카자에 설치된 울타리 없는 화장실을 비롯해 실버타운 개선 프로젝트에 포함된 1천316개의 화장실에 모두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고 현지 뉴스통신 사파가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9년 12월 케이프타운의 빈민촌 카엘리챠의 일부인 마카자에 시당국이 51개의 울타리 없는 화장실을 설치, 인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비롯됐다.
논란이 일자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청년조직인 ANC청년동맹(ANCYL)이 울타리 있는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케이프타운시를 상대로 법원에 제소한 것.
케이프타운 시정부는 남아공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장악하고 있으며 시장도 DA 소속이다.
케이프타운은 이날 판결과 관련, 당초 빈민촌에 1천316개의 화장실을 설치한 것은 울타리를 주민들이 짓는다는 조건 하에 이뤄진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시 측은 마카자에서 문제가 된 51개의 화장실을 제외하고 나머지 1천265곳의 변기에는 주민들에 의해 울타리가 둘러처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DA의 당수이자 웨스턴케이프 주지사인 헬렌 질레는 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것이며 국가 주택 규정에 따라 빈민촌 지역의 개선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케이프타운 시당국은 논란이 일자 51곳의 울타리 없는 화장실을 해체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판결은 내달 18일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만큼 DA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줄리어스 말레마 ANCYL 의장은 이번 판결은 ANC가 승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사파는 전했다.
남아공은 여당 ANC가 정부와 함께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케이프타운과 웨스턴케이프주는 DA에게 패배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