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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러브호텔 없애고 전봇대 뽑는다

세계유산 등재 움직임 박차…부실 복원 성벽도 다시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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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남한산성(南韓山城)이 최근 그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2월8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같은 문화유산 분야에 속하는 공주·부여·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그리고 자연유산 부문인 서남해안 갯벌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전국에서 폭주하기 시작한 세계유산 등재 추진 후보군 중에서 남한산성에 대해서는 향후 2~3년 내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마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WHC)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실무 작업과 이를 위한 문화재 복원 사업 등을 위해 경기도는 산하 경기문화재단에 2009년 3월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단장 전종덕. 이하 사업단)을 출범하고 광주시가 관할하던 남한산성 관리권을 가져왔다.

사업단은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과 관련해 지난 22일 기자단을 초청해 등재 준비 현황과 향후 일정을 소개하는 한편, 전날 내리기 시작한 비가 그치지 않아 짙은 연무에 휩싸인 산성 내 연주봉의 옹성(甕城) 복원 현장도 안내했다.

전종덕 사업단장은 "남한산성이라고 하면 일반에는 등산로와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의 현장 정도로만 각인되지만 그보다 훨씬 유구하고 다채로운 역사의 현장이자 자연유산의 보고이며 민속신앙의 장소이기도 하다"면서 "세계유산 등재 작업은 이런 남한산성의 다양한 가치를 대내외에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단장은 무엇보다 세계유산 등재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사람들을 몰아내는 일이 남한산성에는 없다"면서 "환경 정비도 지역사회의 동의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렇다고 주변 경관이나 세계유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환경을 방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 일환으로 사업단은 산성 내부에 있던 이른바 유일한 '러브호텔'도 매입해 완전 철거했으며 건물 형태나 배치는 물론이고 안내 간판 등에서도 무질서함을 연출한 식당가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나서 땅을 맞바꾸는 대토(代土) 방식을 통해 식당거리를 새로 조성했다.

남한산성 내부에는 일반 음식점과 커피점 등이 모두 72곳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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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순수 전통 건축이나 그것을 흉내낸 건물도 있긴 하지만 경관 정비 차원에서 한 곳으로 옮겼는가 하면, 건물 형태도 순수 전통건축으로만 하도록 경기 광주시 조례로 정했다. 이런 환경 정비는 현재진행형이다.

전봇대와 전깃줄이 여전히 경관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으며 전 단장은 "조만간 전봇대나 통신시설은 모두 뽑아버리고 지하로 묻게 된다"고 말했다.

산성 내부에 상주하는 인구는 47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외에도 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안학교로 전교생 200여 명인 남한산성 초등학교가 있다.

이들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 남한산성을 가꾸겠다는 게 사업단의 계획이다.

전 단장은 "세계유산은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므로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업도 적극 개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거 환경 정비와 더불어 사업단은 조선시대 문헌과 그림 자료 등을 토대로 한 행궁 권역 복원에 나서 현재 마무리 단계인 단청 작업만 남겨뒀다.

사업단 소속 조두원 보전건축학 박사는 "이런 제반 경관 정비와 유적 복원, 그리고 학술조사 등을 거쳐 2013년 2월에는 문화재청과 외교통상부를 통해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최종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고 2014년 6월 등재 여부에 대한 최종 판가름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남한산성이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유산으로서의 3가지 절대기준, 즉,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와 진정성(authenticity), 그리고 완전성(integrity)을 두루 갖춘 유산임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먼저 OUV 측면에서 남한산성은 290년간 산성을 읍성(邑城)으로 삼은 세계 역사상 유일한 산악 군사ㆍ행정도시이며, 고대 이래 중세까지 동양 성곽축성 발달사를 잘 보여주는 표본이자, 동시에 유교ㆍ불교ㆍ천주교ㆍ민간신앙ㆍ식생활사가 어우러진 인류 정신사의 보고(寶庫)임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행궁을 비롯한 복원 건축물이 역사적 기록과 증거를 토대로 그 재료와 전통기술을 최대한 살렸다는 점을 진성성의 무기로 삼는 한편, 남한산성이 군사행정도시로서 건축적 가치와 무형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완전성'의 유산임을 홍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계유산 남한산성을 향한 길에 고민이나 난관 또한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무엇보다 최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성벽 부실 복원 논란도 그 중 하나다.

부실 논란을 빚은 성벽 복원 현장 중에서도 연주봉으로 오르는 길 성벽 구간을 안내한 사업단 노현균 문화유산팀장은 "보다시피 90년대 중반에 복원한 성벽 여장(성벽 위의 또 다른 작은 담장)의 줄무늬 회가 떨어져 나가고 담장 지붕의 기와가 붕괴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언론 보도 뒤) 500억원을 투입한 성벽이 이 모양이냐는 말을 들을 때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복원할 때 기후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실 논란이 빚어진 것이란 게 노 팀장의 설명이다.

즉, 남한산성은 대부분이 해발 500m 이상인 산 정상에 자리잡은 데다 특히 햇볕이 잘 들지 않은 북쪽 성곽은 한겨울에 기온이 급강하해 꽁꽁 얼었다가 녹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훼손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실 구간에 대한 시범적인 재복원 작업을 통해 오히려 문화재 복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자 한다고 노 팀장은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을 한눈에 조망하는 연주봉 옹성 부분 재복원 현장에서는 마사와 강회라는 두 가지 접착 재료만 이용한 기존 성벽 복원과는 달리 이들 재료 외에도 소량의 백시멘트와 일반시멘트가 보강됐다.

다만 이런 방식은 세계유산의 자격요건 중 하나로 '진성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지만 노 팀장은 "문화재 보수 방법과 관련해 1964년에 채택한 베니스헌장 제10조에 따르면 기존의 전통적인 보수 방식이 맞지 않으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공법을 시도할 수 있다고 한 점을 적용해 원래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공법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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