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에는 여전히 방사능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방사능 공포 속에서도 쉽사리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의 고통은 오늘의 불안으로 그치지 않는다. 당장 피폭의 피해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5년이나 10년 뒤 무더기 암 발병이라는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우려는 깊어만 간다.
원전 사태 이후 유령도시로 변한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 취재진이 방사능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 15km 이내 지역까지 접근했다.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국내 취재진으로는 처음이었다.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후쿠시마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와키시.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남쪽으로 50km 떨어진 곳이다. 도심은 제법 일상을 회복했지만, 항구 쪽으로 향할수록 쓰나미의 처참한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파손된 차량들이 도로 곳곳에 나뒹굴고 있고, 항구의 선박들도 뒤집힌 채 그대로 바다에 처박혀 있다.
이와키시를 떠나 센다이시로 가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불과 150km 거리였지만, 곳곳에 도로가 끊겨서 교통편을 다섯 차례나 갈아타야했다. 여진 발생으로 전철 운행이 중단되는 긴급 상황도 취재진의 발목을 잡았다.
원전 지역으로 다가갈수록 주민들의 절망과 고통도 컸다. 코리야마시에서는 원전 사태 이후 잇따라 목숨을 끊은 농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방사능 누출에 따른 불안감으로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의 판로는 완전히 막히고 말았다. 이를 비관한 농민들의 자살까지 잇따르면서 마을 분위기는 흉흉하기 그지없다.
평생 이 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카즈이찌 씨도 원전사고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두 차례 방사능 검사에서 모두 정상수치가 나왔지만, 주문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 이후 주소득원인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끊기면서, 고리야마의 지역경제는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25km 떨어진 미나미소마시는 그야말로 유령도시였다. 해안가에 위치한 이곳은 지진과 쓰나미, 방사능이라는 세가지 재앙을 한꺼번에 맞았다.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고 마을은 초토화됐지만, 원전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지원과 복구는 더디기만 했다. 문 닫힌 상점들, 폐허가 돼 스산한 거리, 가족들이 떠나고 텅 빈 집들.... 미나미소마의 시간은 한 달 전 재앙의 그 날 이후 멈춰버린 듯 했다.
나미에 마을로 향하던 취재진을 검문소가 가로막았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는 통제됐다. 원전 관계자 외엔 출입할 수 없다. 방진복으로 무장한 일본 정부의 복구팀이 간헐적으로 시신수습에 나서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취재진의 방사능 측정기가 움직였다. 3마이크로시버트가 찍혔다. 후쿠시마 원전을 불과 15km 남긴 지점이었다.
오늘 밤 8시 50분 SBS TV에서 방송되는 '현장21'은 방사능 공포의 현장, 원전 15km 지대까지 접근한 생생한 영상을 확보해 단독 보도한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