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저녁마다 토론을 하지 않았느냐고 (기자가) 묻기에 "그렇지 않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어떻게 매일 눈 부릅뜨고 정치 사상적 토론만 하는가. 때로는 음담도 하고 술주정도 한다."라고 진술하면 그 다음 신문에는 "북에서는 음담패설이 성행중"이라고 쓰는 판이 아닌가.
황석영 선생님의 '사람이 살고 있었네' 중에서.
오해는 오해를 낳는다. 비극이 왜 일어났는지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비극을 확장시키거나 계속 진행하려고 고집 피울 필요는 없다. 가깝지만 너무나 먼 북한에 관한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곳에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대학에 다닐 때 학생 몇몇이 모여 소설가 황석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예술가가 북한을 방문해서 문화교류를 시도한 것이 그렇게 큰 죄일까 하는 토론이었다. 그가 북한에 다녀와서 쓴 글이 ‘사람이 살고 있었네’ 였다. 하지만 누구나 황석영 선생처럼 북녘 땅을 밟아보고 느껴보려고 하면 감옥살이를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한국 국적이 아닌 미국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을 통해서 북한의 현실이 기록되고 알려지는 것을 보게 된다.
함께 살아가기를 꿈꾼다면 그 상대방이 무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고 싶은게 당연하다. 양영희 감독의 영화 『굿바이 평양』은 그 상대방인 북한에 대한 이야기이다. 양감독은 조총련계 간부인 재일교포 부모와 북한에 건너가 살고 있는 세 오빠의 가족들, 그리고 일본에 남아 이런 상황을 늘 마음 아파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직접 북한을 경험한 황석영 선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는 귀기울여야 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 감독의 조카인 선화는 북한에 살고 있는 오빠의 딸인데 영화 속에서 3살부터 어엿한 숙녀로 자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화'의 이야기는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말을 절로 공감하게 만든다. 단지 그들은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일상에서의 모습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함께 살아가기를 꿈꾸는 것 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그들도 똑같은 사람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가슴으로 알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북한에서 계란 파는 여인은 성매매 종사자’라는 기사가 인터넷에서 확산된 적이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들에 대한 이해 없이 가십거리만 생산해 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기사가 과연 북한의 모습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들일지 의문을 갖게 한다.
'굿바이 평양'에서 볼 수 있는 양 감독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는 잠잠하지만 강한 충격을 준다. 우리가 바라봐야 하지만 바라보기 힘들고, 또 똑바로 바라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북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 그 사실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 양영희 (영화 '굿바이 평양' 감독)
영상자료 - 스티브공(중국 사진작가)의 '평양스타일헤어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