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말, 여름 휴가를 마치고 귀국하던 비행기 안에서 해외 신문을 봤습니다. 당시 신문 1면에 위의 사진처럼 흑인들이 울부짖는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속으로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대규모 자연재해가 났나 보다"하고 기사를 읽다가, 그곳이 세계 최강 '미국'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던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당시 일입니다. 당시 사망자와 실종자만 2천5백여 명에 재산피해는 1,250억 달러, 우리돈 14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당시 모습>
또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흑인들이 대부분이었던 데다가 이재민 수용시설에 전기와 물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불만이 폭발하면서, 인종 갈등 조짐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쏟아져 들어온 외신들 가운데 카트리나와 관련된 소식이 눈에 띕니다. 카트리나가 발생한 뒤에 몇 년이 지났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심장마비 발생률이 3배나 높아졌다는 소식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미국 뉴올리언스에 있는 툴레인(Tulane)대학 의대 연구팀이 이 병원에 접수된 환자 수를 기준으로,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2년 전과 발생한 뒤 4년 뒤 심장마비 환자 수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카트리나가 발생하기 2년 전에 입원한 심장마비 환자 수는 전체 입원환자 수의 0.7%를 차지했는데, 카트리나가 발생하고 4년 뒤, 그러니까 2009년에는 심장마비 환자수가 2.2%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트리나가 발생한 뒤에 심장마비 환자 수가 3배나 많아진 것입니다.
<2005년 당시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
이와 관련해 외신을 보니 연구팀은 카트리나 참사가 발생하고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초 심장마비 환자들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조사 결과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툴레인대 의대의 이림펜 교수는 "카트리나 참사가 발생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카트리나 발생 이전 환경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직업도 얻지 못한 상태"라면서, 참사 이후 복구 작업에 매달리면서 주민들의 건강 상태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림펜 교수는 특히 "카트리나 피해 지역 주민들의 경우, 고혈압이라든지 비만, 당뇨 등 전통적인 심장마비 발병 요인과 상관없이 심장마비 환자가 늘어났다면서, 카트리나 참사이후 주민들이 겪고 있는 만성 스트레스와 정신적 질환들이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툴레인대 의대의 이번 조사 결과는 대재앙으로 인한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진과 쓰나미로 엄청난 참사를 겪은 일본인들에게도 마찬가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림펜 교수는 앞으로 카트리나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주민 건강을 챙기는 것도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일본 보건당국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식습관과 운동 등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면서, 두려움과 절망 같은 정신적 문제들이 심장병 발생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인적, 물적 피해만 비교보더라도 일본의 대지진 참사는 카트리나 참사 때보다 그 규모가 훨씬 더 큽니다. 더구나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만지면 만질수록 커지는 괴물이 되어버린 방사능 공포가 일본 열도를 덮치면서, 일본인들의 불안감도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당국의 발표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만도 최소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지진 참사와 관련해 8시 뉴스에서 보도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 어른들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이 심한 어린 아이들의 후유증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지진 참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그 후유증은 더 오래갈 문제라는 점에서 일본이 더욱 걱정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