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에 발생한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12일 발생한 후쿠시마의 원전 1호기가 폭발한 이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원전들의 폭발과 그로 인한 방사능 누출의 위험성이 일본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보도에 있어서 다소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3월 12일 후쿠시마의 원전 1호기가 폭발할 시점에는 11일에 발생했던 대지진과 그로 인한 엄청난 쓰나미의 위력과 피해에 주목하는 바람에 별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 3, 4호기가 폭발하고, 폐핵연료봉이 들어 있는 5호기와 6호기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보도의 주요관심은 이들의 방사능누출 및 그로 인한 피해에 집중되었습니다.
SBS 역시 12일 8시뉴스부터 이를 다루기 시작했으며, 14일부터 19일까지 뉴스의 전 시간을 이 사안에 집중하였습니다. SBS는 이 사안을 '원자로 폭발과 대책', '방사능누출', '방사능누출과 주민대피' 및 '방사능누출과 환경오염'의 4가지 범주로 다루었습니다. 첫번째 '원자로 폭발과 대책'에서는 원자로 폭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책을 시시각각 중계 보도하였습니다. 폭발가능성에 대해 연일 폭발이 곧 일어날 것 같은 '공포감'을 증폭시켰으며, 이를 대처하는 일본정부의 방식과 전 세계의 전문가들의 의견불일치에 따른 '혼란'이 배가되었습니다. 냉각수 공수방식으로 어느 정도 안정 단계에 들어서기는 하였으나, SBS 자체의 전문적 시각은 없이 여러 견해들을 제시함으로써 혼란만을 야기시킨 것입니다. 두번째는 '방사능누출'에 관한 것으로 초미의 관심 사항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아이템에 따라 서로 상반되게 보도되는 내용들 때문에 당혹스럽습니다. 방사능이 누출되어 위험하다고 했다가 전문가의 견해들을 제시하면서 인체에는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 어느 정보가 더 정확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어 막연한 불안감만 확산되게 됩니다. 세번째는 '방사능누출과 주민 대피'의 범주로서,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어느 지점까지 피해야 안심할 수 있는 지가 명료하게 제시되지 않아 루머가 만들어지는 여건을 제공해줌은 물론이고 한국에까지 방사능공포가 확산되게 됩니다. 네번째인 '방사능누출과 환경오염'은 그야 말로 최대의 관심사인데, 식음로는 물론이고 각종 채소류에도 오염되었다는 뉴스가 제시됨으로써 시청자들의 공포심은 배가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과학적 기준치의 제시는 물론이고 검증되지 않은 루머들이 생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원전 폭발과 그로 인한 방사능 누출은 일본 열도는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이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핵, 원자로, 방사능 누출 및 오염 등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번 일본의 사안을 거울 삼아 우리 언론도 전문적인 핵 관련 보도체계의 구축과 전문기자들을 시급하게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
3월 20일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의 다국적군이 리비아를 공습함으로써 리비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는 강대국들이 내란상황의 특정 국가에 군사력으로 개입하는 전형의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평화적 방식이 아니어서 문제가 됨은 물론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당사자가 아닌 우리는 보도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지난 3월 20일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의 다국적군이 '오디세이 새벽'이라는 작전명으로 리비아를 공습하였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공군기와 미국의 호크 미사일이 리바아 전지역을 공습함으로써 리비아 대통령인 카다피가 19일 감행한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응징하는 공습이었습니다. 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했던 민주화 시위들에 대한 움직임에 유럽과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의미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은 리비아의 원유를 수입하지 않음으로써 원유때문에 개입한다는 오명은 피하려고 하나, 프랑스, 독일 및 이탈리아 등은 원유를 위시한 여러 가지 이해관계들이 얽혀있습니다.
SBS 8시뉴스는 20일과 21일 이 사안을 톱뉴스로 취급하면서, '다국적군의 공습', '리비아의 대응', '다국적군의 개입 이유', '작전명의 상징성', '리비아 공습의 여파' 및 '교민 철수' 등의 6가지 범주로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보도의 문제점은 첫 번째 범주에서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다국적군의 다양한 공습상황을 영상화면과 그래픽을 동원하며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방식은 다국적군의 공습 상황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 수 있으나, 이들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들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2003년의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던 것으로서, 연합군의 공습에 따른 이라크 국민들의 희생에 주목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둘째는 '리비아의 대응' 범주인데, 이 역시 SBS 나름의 보도가 아니라 서방 통신사나 미디어들에서 제공한 뉴스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리비아 대응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셋째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점으로서, 이 사안은 '서방 대 리비아', '다국적 군 대 리비아 군', '독재자 대 시위대', '야만세력 대 평화세력' 의 이중적 대립구조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 경우 과연 우리 언론은 어떤 시각을 지녀야 하는지 조심스러운 부문입니다. 과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이라크 공격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우리 언론은 미국 지향의 경향을 드러내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나름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지녀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도 서방의 시각과는 다른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서방의 시각을 쫓아 이 사안을 규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리비아 사안 같은 국제관계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전해지는 공식적인 '대의명분'과는 달리 냉정한 '실리관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국제 분쟁이나 국지전이 발생하게 되면, 기존의 방식대로 특정 시각에서 다루지 말고, 보다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여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