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연합군이 19일 밤부터 20일 사이에 리비아의 주요 군사 시설과 대공방어기지, 탱크와 장갑차 등에 대한 대규모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미국의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이틀에 걸친 이번 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다음 작전은 카다피 부대의 병참 지원 라인을 끊어 놓는 것이라고 밝혀 무아마르 카다피 군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카다피는 다국적군의 공습이 리비아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야만적 침략 행위라고 규정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리비아 정부는 또 국가 수호를 위해 국민 100만 명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서방의 리비아 공습 작전 개시 =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으로 명명된 서방의 이번 작전은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승인한 데 따라 리비아 방공망의 파괴에 초점이 맞춰졌다.
장거리 대공 미사일 SA-5, 조기경보 레이더, 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된 리비아의 방공망을 파괴함으로써 비행금지 구역 설정에 따른 공중 정찰 활동의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작전인 것이다.
반(反) 카다피 세몰이에 앞장서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작전 개시 선언과 함께 19일 오후에 착수된 군사작전에는 프랑스, 영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이 참여했다.
라팔, 미라주 등 프랑스 전투기 20대는 연합군 병력으로는 최초로 리비아 영공에 진입해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45분(GMT 기준 오후 4시45분)께 반군 거점인 동부 벵가지 인근에서 리비아군의 탱크와 군용차량을 공격했다.
프랑스군의 첫 공격 이후 몇 시간 뒤 유도탄 구축함인 USS 스타우트와 USS 배리, 핵 잠수함인 USS 프로비던스, USS플로리다, USS스크랜턴 등 미국과 영국 해군 함정과 잠수함들이 리비아 방공망 시설들을 목표로 12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윌리엄 고트니 미 해군 중장은 19일 미국과 영국 함정들이 리비아 군사시설 20여 곳을 목표로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전했고, 미군의 아프리카 사령부는 20일 새벽 3대의 B-2 스텔스 폭격기를 비롯해 미군 전폭기 19대가 공습 작전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은 20일 NBC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이 "매우 성공적"이어서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다음 작전의 목표는 카다피 부대의 병참 지원 라인을 끊어놓는 것이라고 언급, 추가적인 군사작전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반군의 거점) 벵가지까지 연결된 카다피 부대의 병참 라인을 끊으려 한다"면서 "작전은 수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장기전 준비" = 카다피는 20일 새벽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육성 메시지에서 서방의 군사작전을 `리비아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길고 지루한 전쟁을 약속한다"며 "모든 리비아인은 단결됐고, 리비아 남녀에게는 무기와 폭탄이 지급됐다"고 위협했다.
리비아 관영 뉴스통신 자나(JANA)는 이날 리비아 국방부가 국민 100만 명에게 무기를 지급하는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국영TV는 또 국방부의 성명을 인용, 수도 트리폴리뿐 아니라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 벵가지 외곽, 제3의 도시 미스라타, 서북부의 주와라 등지가 `십자군 적(crusader enemy)'의 공격을 받아 병원이 파손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고, 6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서방 전투기의 공습이 휩쓸고 간 20일 카다피 부대의 탱크와 장갑차 수십 대가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
카다피 친위부대의 화력에 밀려 거점 도시인 벵가지로 퇴각했던 반군 전사들은 이날 4×4 픽업트럭 등을 타고 남쪽으로 150㎞ 떨어진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로 속속 복귀했다.
반군은 벵가지에서 도로를 따라 아즈디바야로 돌아오는 길에 포탑이 날아간 채 검게 탄 탱크와 장갑차의 잔해 수십 대를 목격할 수 있었으며, 길가에서는 서방군의 폭격으로 숨진 듯한 카다피 부대 병사의 시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 취재진은 이 도로에서 14구의 시신을 직접 봤고, 탱크 14대와 장갑차 20대, 로켓 발사기가 탑재된 트럭 2대, 수십 대의 픽업트럭이 모두 파괴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AFP 통신도 카다피의 군사용 차량 수십 대가 서방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 지지자들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서방 전투기가 공습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물에 모여 인간방패를 자처했다.
수천 명의 카다피 지지자들은 국제공항과 카다피 관저, 군사시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복합단지 주변으로 몰려들어 리비아 국기를 흔들고 카다피 초상화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엇갈리는 국제사회 반응 = 국제사회는 이번 공격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 놓고 있다.
리비아 사태 이후 군사적 개입에 줄곧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미국은 공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되 지상군 투입에는 선을 그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군의 리비아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적 행동을 승인했다"고 밝힌 뒤 "이번 군사 행동은 미국이나 다른 파트너 국가들이 추구했던 방법은 아니었다"면서도 "폭압적 지도자가 그의 국민들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를 겨냥해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리비아에 대한 미 지상군의 투입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또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외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 1973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취해진 조치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자국민들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폭력을 강력 규탄하며 리비아 정부가 최대힌 신속히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 때 기권했던 중국은 20일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리비아에 대한 군사 공격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중국은 한결같이 국제 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53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한 아프리카연합(AU)은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도 이날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작전을 비판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카이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목표와 다른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지, 시민들에게 폭탄을 안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