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를 구하지 못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으려 고된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보냅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인 최성진(22)씨는 지금도 악몽을 꾼다고 20일 밝혔다.
최씨는 "아직도 천안함 폭침 당시의 상황이 생생한 꿈을 꾸고 있다"며 "그러나 꿈에서조차 전우들을 구하지 못해 괴롭고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힘든 기억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1주일 전부터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축산물을 나르고 판매하는 고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5월에는 다니던 대학에 복학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에 매진해야 할 시기이지만 천안함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축산물을 다듬고 나르고 판매하는 일이 고되지만 일을 할 때는 천안함 생각이 나지 않고 시간도 잘 간다"며 일부러 고된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천안함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사고 당일 당직근무 중이던 타고 있던 함정이 두동강나고 수많은 전우들이 눈앞에서 사라진 처참한 상황 속에서 1시간30여분만에 해경 고속정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하지만 자신을 편안하게 대해줘 친형제같이 여겼던 '두달 고참'인 고 이상민 하사와 자신을 잘 따랐던 '석달 후임병'인 고 정범구 병장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들의 시신은 사건 발생 20여일만에 각각 승조원 식당 내부와 전기창고 입구에서 발견됐다.
최씨는 지난해 8월 만기 전역했으나 전역한 이후 시름시름 앓았다.
천안함 폭침 당시에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는데 막상 전역을 한 뒤에는 천안함 사건이 자꾸 떠오르면서 먹은 음식을 계속 토해냈다.
이 때문에 전역 한달여만에 몸무게가 7㎏이나 쏙 빠졌다.
병원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성 위장장애라는 진단을 내려 한달 이상 약물 신세를 져야 했다.
최씨는 "전역 이후 잠을 자면 천안함 사고 당시로 돌아가 다시 폭침당하는 꿈을 꿨다"며 "죽은 전우들에게 미안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한다 치더라도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이 저지른 것이 확실하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북한을 감싸고 도는 사람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나라가 좋게 대하는데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을 한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며 북한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씨는 이달 25일부터 이틀간 고된 아르바이트도 잠시 쉬기로 했다.
천안함에서 동거동락했지만 지금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전우들의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천안함 생존자들이 전우들의 넋을 기리고 북한의 도발도 기억할 것"이라며 어딘가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전우가 있는 듯 하늘을 응시했다.
(창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