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방향 튼 중국, 흔들리는 '수출 한국'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큰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번 12차 5개년 계획에서 지난 90년 9차 5개년 계획 이후 유지해 왔던 수출주도 성장 정책을 내수 육성 정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2015년까지의 연 평균 성장률 목표치를 7%로 낮춰 잡았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 전체에 말입니다.

중국은 지난 1998년 이후 성장률 목표치를 8% 밑으로 낮춘 적이 없습니다. 우리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게는 대단히 높은 성장률인 8%가 중국에게는 사회 안정을 위한 일종의 마지노선처럼 돼 왔기 때문입니다. '바오바'(8% 성장을 유지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이유는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올라오는 이른바 '농민공'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이후 중국에서는 농민공들이 매년 2천만 명 꼴로 늘고 있습니다. 기술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값싼 제조업 생산 공장이거나 건설 현장 등이고 이런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8% 성장 목표를 세우고 나라 재정을 풀고 수출 육성책을 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과도한 양적 성장 정책을 유지하다보니 사회 내 빈부 갈등이 거치기 시작했고 원자바오 총리가 인정했듯이 4가지 불안요인(Unstable, Unbalanced, Uncoordinated, Unsustainable)이 커져 더 이상 중국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겁니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높이면서 물가 상승을 다소 용인하고(물가 목표치를 3%에서 4%로 상향 조정)  유통소매업, 물류, 건강과 관광 등 내수 서비스 업종을 키워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 분배가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겁니다.

중국이 이렇게 성장 전략을 수출 주도에서 내수 쪽으로 바꾼 것이 우선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당히 걱정스러운 변화입니다. 중국의 성장 전환 과정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특히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데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부쩍 커져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부처마다 산출법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은행과 관세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에 무역을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무역의존도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지른 이후 지난 200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1%를 넘어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의 2배나 됩니다.

특히 수출만 따지면 지난해의 경우 전체의 4분의 1을 중국 시장에 의존했고 지난 1월에는 10개 가운데 3개를 중국 시장에 팔 정도로 비중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이 대중 수출 주력 품목들인데 우리는 주로 중간재 부품을 수출하고 중국 현지에서 이걸 완성해서 수출하는 방식으로 무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는 직접적으로 우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계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수출 감소로 인한 성장률 둔화 역시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을 보면 중국의 실질성장률이 1%P 줄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2%P,  실질 성장률은 0.38%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모형에 따른 분석은 어떤 숫자를 넣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만큼 밀접하다는 것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 기업들은 중국이 방향을 튼 것에 적응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 전략과 병행해 앞으로 커지게 될 중국 내수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중국이 12차 5개년 계획에서 육성사업으로 꼽은 바이오, 재생에너지 등이 우리 미래 전략 사업과 겹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하나 대비할 것은 이른바 차이나플레이션의 위협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수입국 1위인 중국산 물품 가격이 오르면서 연쇄적으로 국내 수입물가,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가 오르는 차이나플레이션이 영향을 주고 있지만 중국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4%로 높혀잡으면서 최저임금까지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그 압력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초부터 급등하는 물가 때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로서는 반갑지 않은 숙제를 만난 셈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 자료를 보면 중국 물가가 1%P 오르면 중국산 수입품 가격 상승 등으로 한 달 뒤 국내 소비자 물가는  0.04%P 오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고삐 풀린 물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걱정까지 듭니다.

광고
광고 영역

일부에선 중국의 이런 방향 전환이 다분히 예상됐고 다행히 미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다만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레이건 정부 시절 경제자문을 했던 마틴 펠트스타인 박사의 최근 진단을 보면 그렇게 낙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펠트스타인 박사는 미국이 지난해 3분기까지 실질적으로는 1%대 성장률을 보이다(최종판매 기준) 4분기에 민간소비 덕에 최종판매 기준 7.1% 성장을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일시적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을 사는 방식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돈을 주식시장으로 흐르게 했고 주가가 15% 정도 오르면서 자산이 뛰니 저축보다 소비를 하게 되는 '자산효과'로 저축이 줄고 민간소비가 늘면서 성장률이 좋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은 올 6월에 끝나게 돼 있고 주식시장도 지난해 하반기처럼 15% 이상 오르기 어려워 보이는데 미국 내 일자리 사정이 급격히 나아지거나 소득 증가가 빨라질 것 같지 않으니 4분기 같은 '깜짝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경상수지 흑자가 줄게 되면 미국 채권을 지금만큼 사지 않을 테니 미국으로서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결국 유럽은 여전히 어렵고, 나아지고 있는 미국 경제의 지속 성장에 의문이 드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등을 기대고 있던 중국이 살짝 비켜서려하는 현실이 우리 경제에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2000선을 넘은 코스피나 지난 수출 실적만 보며 장밋빛 분석을 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여 걱정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정명원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