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중동의 민주화 사태로 취재파일을 올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제, 오늘 리비아 소식이 조금 시들해지면서 이제야 다른 해외 뉴스들도 들여다 볼 여유가 조금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들어온 외신들 가운데 미국의 교사 문제와 관련한 글이 눈에 띕니다. 뉴욕타임스가 Topic 기사로 보도한 소식입니다.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최근 미국의 주정부들이 긴축재정을 이유로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공립학교 교사들이 무더기 해고 위기에 몰리는 등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Providence)의 경우 지난주에 1천926명의 교사들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앞으로 3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25% 이상의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프로비던스시의 교사와 지지자들이 해고 통지를 취소하라면서 시청 앞에서 벌이고 있는 시위 모습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에린 파커(Erin Parker)라는 한 교사를 소개했습니다. 파커는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한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30살된 2년차 교사인데, 현재 3만6천 달러(우리돈 4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닐 때 대출받은 등록금 때문에 2만6천 달러의 빚을 지고 있어서 지금 연봉으로는 주택과 자동차도 구입하기 어려울 만큼 생활이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에린 파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위스콘신 주정부가 앞으로 교사들의 연봉을 더 삭감할 방침이어서, 파커는 다른 주로 이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를 보니 미국 교사들의 일자리와 처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교사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소식입니다. 다른 직업과 달리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근무가 끝나는 교사들에 대해 "배가 아프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교사 비난글도 소개돼 있습니다.
"당신들은 미화된 베이비시터들이다. 오후 3시가 되면 일이 끝나는 교사들은 최소한의 임금만 받아야 한다."
지난해 제가 미국에서 연수생활을 하면서 알게됐습니다만, 미국 교사들은 방학 때 월급을 받지 못합니다.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한 번은 가족과 함께 시내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는데, 딸아이가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음식을 서빙하는 여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깜짝 놀랐지만, 그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이더군요.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미국 교사들 가운데는 방학 때 돈을 벌기위해 종종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들 합니다.
외신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식으로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질 경우에 누가 교사를 하고 싶어할까?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를 하겠다고 할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공교육이 붕괴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들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최근 발표되는 결혼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보면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성의 직업 1, 2위를 다툴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교사들이 가장 인기있는 직업들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다시 미국 교사들로 눈을 돌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