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잔뜩 쌓여 있는데도 산불을 방지한다면서 산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은 설악산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 산에 오르려는 등산객들의 이같은 항의에 일일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1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5월 13일까지를 '산불방지기간'으로 정하고 입산을 제한한 뒤 폭설이 연거푸 내리자 출입 통제에 항의하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
입산통제 첫 날인 지난달 16일 설악산에 1m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데다 같은달 27~28일에도 40㎝가량의 눈이 또 내리는 등 초봄에 큰 눈이 내리는 이상기후가 이어지자 등산객들의 '정상행 갈망'은 더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올해는 입산통제기간을 지난해(3.2~5.14)보다 보름가량 앞당기면서 이맘때 하루 평균 1천명에 육박하는 '단골' 등산객들이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운규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직원들이 잇따르는 항의전화와 질의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지난달 중순 내린 폭설이 거의 녹아갈 즈음에 다시 눈이 내려 입산 허용을 요구하는 등산객들에게 통제 취지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본부에서도 봄철 입산통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정리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봄철 산불방지대책의 하나로 시행되는 공원 내 고지대 탐방로 구간의 입산통제는 산불을 예방하는 목적은 물론 눈사태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면서 "고지대 입산은 극히 위험해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불방지기간 입산통제는 고지대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와 봄철 산란기를 맞는 동식물을 배려하는 의미도 있다"며 "설악산과 같은 명산에 휴식기를 주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아예 입산통제 명분 자체를 '산불방지'가 아닌 '자연휴식'으로 바꿀 것까지도 고려하고 있으나 관련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운규 소장도 "지난해 동절기 설악산에서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극히 위험하지만 현재 개방 중인 비선대, 권금성, 흔들바위 등 코스를 이용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설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