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열에 한 명이 65세 이상, 대한민국 고령화 시대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주거형태가 실버타운인데요, 그런데 이것도 편법과 불법으로 먹칠돼서 제 몫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의 한 노인복지주택, 지난 2004년 완공된 이곳에는 1,080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60세 이상 노인가구는 10% 남짓일 뿐, 일반 아파트와 다를게 없습니다.
[이준구(72세) : 노인복지주택으로 분양을 할 때는 60세 이상한테만 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10살짜리가 와서 사든, 20살짜리가 와서 사든 명의이전 다 해주었다.]
몇 년 째 방치돼 곰팡이로 가득찬 물리치료실만이 이곳이 노인주택용으로 지어졌음을 보여줍니다.
[간호원이 1년 있다가 떠나고 영양사도 가고…. (그럼 지금 무엇으로 쓰이는 거예요?) 그냥 장비 놓아두는 창고지 뭐.]
최초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인 이곳은 법에 따라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만 분양됐습니다.
하지만 되팔 때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젊은 사람들이 대거 입주했습니다.
시공사는 건설 당시 싼 값에 부지를 공급받고 노인주택에 주는 세금감면 혜택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분양 대금만 챙긴 뒤 사후 관리에서 손을 뗐습니다.
안락한 실버타운을 기대했던 노인들은 울화통이 터집니다.
[박남열(65세) : 혜택은 커녕 죽겠어요. 무슨 혜택을 받겠어, 곰팡이 피어 있고. 공기 좋다고 해서 선전광고물 보고 아, 여기 좋겠다 하고 왔는데.]
노인주택의 취지가 무색해지자 정부는 입주한지 4년이 지나서야 규제에 나섰습니다.
노인복지법에 처벌 규정을 신설해 60세 미만인 자가 취득하면 집값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기로 했습니다.
이 조치로 사실상 거래가 중단되자 이번엔 젊은 입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서지원/입주민 : 노인한테만 팔도록 제한이 돼 버리니까 팔 수도 없는 거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죠. 노인들을 위해서 만든 주택인데 결국은 노인에게 피해만 가게 된 거라고요.]
이런 혼란을 겪고 있는 실버타운은 전국에 4천여 세대에 이릅니다.
입지 선정이 잘못돼 아예 문을 닫은 노인주택도 있습니다.
서울 평창동의 이 실버타운은 지난 2006년 분양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재작년 폐쇄신고를 냈고,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노인복지주택 상당수는 부실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실버타운들은 여러가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당 신도시 인근의 이 실버타운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합니다.
다양한 여가 활동과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평당 2천만 원인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영자(72세) : 일산에서 느꼈던 그런 외로움 같은 것은 전혀 못 느끼고 또 후배들이 다들 그렇게 잘 해주세요. 친형제같은 정을 여기서 더 많이 느껴요.]
단지내 병원과 연계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인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박성민/늘푸른의료재단 이사장 : 대부분이 실버타운 분양만 하고 다 떠나버렸기 때 문에 운영이 끝까지 안된다는거죠. 부실화가 되고 내팽개쳐지고 입주민들끼리만 살아야 되는, 그런 게 우리나라 실버타운의 잘못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료양로시설인 유당마을은 입주 노인들의 평균 연령이 84세가 넘습니다.
23년간 명맥을 이어온 건 맞춤형 서비스 덕분입니다.
[이순/유당마을 원장 : 효도 대행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7, 80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 되죠.]
현재 전국에 노인복지주택 20곳과 3백여 개의 유료양로시설이 운영 중입니다.
가격과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다보니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노인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홍미령/노인복지진흥재단 회장 : 호텔에 등급이 있듯이 서비스와 프로그램의 양에 따라서 가격이, 운영관리비가 정해져야 되는데 저는 노인복지주택 인증제도를 국가에서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 실버타운은 또하나의 사회안전망입니다.
허술한 관리체계에 시급한 손질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