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의 혼란 속에 폭도들이 건설 현장에 들이 닥쳐 차량 30여 대를 강탈해갔습니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리비아 동부 지역의 데르나에서 폭도들의 습격을 받은 뒤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한 원 건설 직원들은 24일 이집트 서북단 엘-살룸 국경통과소 입국심사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같이 급박했던 현지 상황을 전했다.
리비아 제3의 도시인 데르나 인근 지역에서 주택을 건설해온 이들 직원은 현지의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 주 초 공사 현장과 숙소에 칼과 둔기, 철근, 전기충격기 등으로 무장한 폭도들이 몰려오자 인근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폭도들은 원 건설이 사용해온 승용차와 버스, 지게차 등 30여 대를 빼앗아 사라졌다.
사업 현장으로부터 8㎞ 떨어진, 인구 14만 명의 도시 데르나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경찰서와 경찰학교 등이 불에 탔고, 거리는 시위대가 장악했으나 경찰이 모두 달아나 버리는 바람에 폭도들이 기승을 부려 치안이 불안해 진 것이다.
원 건설의 이 모(29) 씨는 "오후 6시만 넘으면 시내에서 총소리가 들렸다"며 "언제 폭도들이 흉기를 들고 또 쳐들어올지 몰라 불안에 떨다가 탈출했다"고 말했다.
원 건설 직원 39명은 지난 23일 오후 밴 2대와 트럭 8대를 마련, 현장 근로자인 방글라데시인과 이집트인 1천여 명을 태우고 동쪽으로 350㎞를 달려 같은 날 저녁 이집트와의 국경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편의상 여권을 수도 트리폴리에 보관해놓고 있었으나 데르나의 공항이 폐쇄된데다 트리폴리까지 갈 수 있는 도로도 끊기는 바람에 여권도 없이 황급히 탈출을 감행했다.
이 회사의 간부인 김 모 씨는 "여권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반정부 세력으로 추정되는 자경단들이 다행히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통과시켜줘 이집트 국경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집트 출입국 당국의 제지로 피난민으로 북적이는 입국장에서 뜬눈으로 떨며 하늘을 이불 삼아 하룻밤을 지새운 뒤 이날 오전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긴급히 제공한 여행증명서를 가지고 이집트로 입국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리비아를 무사히 빠져나와 무엇보다 다행"이라며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처럼 리비아에 있는 자국민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살룸국경통과소<이집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