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카다피, 원유시설 파괴 정말 명령했나?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보안군에 자국 원유시설에 대한 파괴를 명령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온라인판에 실린 한 정보 분야 전문가의 기고문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동지역 현장 요원 출신의 전문가 로버트 베어는 22일 타임의 '관점'(Viewpoint)이란 코너에 게재한 기명 칼럼에서 카다피 정권 내의 소식통을 인용, "카다피가 보안군에 원유 시설 파괴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안군이 송유관을 폭파해 지중해 항구로의 원유 공급을 차단할 것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고 전하면서 카다피의 명령은 '나(카다피)와 혼란 중 어느 하나를 택하라'는 메시지를 반정부 시위에 나선 부족들에게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어는 그러나 "문제의 소식통이 2주 전에는 나한테 튀니지와 이집트를 휩쓴 소요사태가 결코 리비아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예측은 빗나갔다"며 정보를 준 카다피 정권내 소식통의 신뢰성에 스스로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타임의 이 칼럼은 로이터통신이 23일 새벽 인용 보도함으로써 전세계에 알려졌다.

그러나 각종 정황을 살펴보면 이 주장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생긴다.

로이터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외신들은 22일 이후 24일 오후 현재까지 이 칼럼 내용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

AFP통신이 국제 유가 급등과 주가 하락 소식을 전하면서 "카다피가 원유 송유관을 파괴할 것이란 루머 속에 현지 산유시설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리비아를 빠져나갔다"고 보도한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로이터통신 역시 24일 분석기사를 통해 "타임의 칼럼니스트가 지난 22일 카다피 본인이 지중해로 향하는 송유관을 파괴하도록 명령을 내렸는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이전 보도에서 한발 뺐다.

광고
광고 영역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날 현재까지 리비아 보안군이 실제로 원유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는 보도가 어느 언론을 통해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민중봉기로 자신의 운명이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카다피가 실제로 이런 명령을 내렸는데도 아직 구체적 파괴 징후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타임 칼럼니스트의 주장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카다피가 실제로 이런 명령을 내렸다면 그 후에 했던 장시간의 TV연설에서도 다시 거론하지 않았겠느냐는 추론도 나온다.

또 아무리 비상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리비아를 계속 통치하려는 카다피가 자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시설인 원유시설을 자폭하듯 파괴하려했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각종 정황으로 미뤄볼 때 타임 칼럼니스트에게 정보를 전했다는 리비아 내부 소식통은 물론 이 정보를 소개한 칼럼니스트 본인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카다피의 석유시설 파괴 명령이 정말 있었는지가 드러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